가상화폐 투자 리스크

1990년대 말, 야후에 투자했던 일부 사람은 이런 말을 내뱉곤 했다. “저 기업 뭔진 몰라도 뜰 것 같아.” 기업의 방향성도 모른채 ‘잘나가니까’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는 얘기다. 지금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들의 모습이 딱 그렇다. 하지만 거품이 빠지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 가상화폐 투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시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가게를 보면 다 이유가 있다. 관심을 끌 만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 그렇지 않다. 필자는 ‘무지無智’에서 비롯된 관심이라고 본다.

원래 시장 형성 초기엔 탐욕과 광기가 넘치고 가격은 요동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혼돈의 시기에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사기꾼들은 ‘고수익 보장’ ‘대박’이라는 단어들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투자자는 장밋빛 환상을 갖는다. 하지만 그 환상은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린다.

IT투자 붐이 일어났던 때를 돌이켜보자. 야후라는 인터넷 검색엔진과 넷스케이프라는 브라우저가 주목받던 1990년대 후반,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유형의 IT기업에 벌떼처럼 몰렸다. 자기가 투자한 기업이 어떤 미래상을 담고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베팅을 했다. 인터넷이 가져올 막연한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부추긴 결과다.

구글과 안드로이드가 절대강자로 등극해 IT기업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지금, 야후와 넷스케이프는 기억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가상화폐 역시 야후, 넷스케이프의 아픈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가상화폐를 잘 아는 투자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투자 시스템만 봐도 가상화폐 붐이 ‘무지’의 소산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가상화폐를 인터넷에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따라오는 단어가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다. 블록체인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발행, 투자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발행과 개념이 같다. 벤처투자와도 비슷하다. ‘투자를 받는 당사자가 코인을 발행한다는 것’만 다를 뿐, 방식은 기존의 주식투자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비교적 안전한 주식투자나 엔젤투자보다 가상화폐 투자에 큰돈이 몰린다. 가상화폐는 향후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대박의 기대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 역시 무지함에서 비롯된 결과다.

가상화폐 투자는 금물이다. 특히 단기 매매차익을 노려선 곤란하다. 그래도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가상화폐가 가장 많이 사용될 곳에서 발행한 코인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계 1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게임에서 통용되는 코인,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용가능할 수 있게 만든 코인이 있다면 투자할 만하다. 사용범위가 무궁무진한 코인에 투자해야 손해를 볼 일이 줄어든다.

혹시 채굴(Mining)에 투자하고 싶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의 천재가 만든 가상화폐는 미래의 천재가 만든 가상화폐에 반드시 진다. 필자도 가상화폐가 지금의 인터넷처럼 유용하게 쓰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상화폐가 갖는 이점도 충분하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을 좇는 건 분명 바람직한 투자 자세가 아니다. 필자 같으면 ‘막연한 기대감’보단 ‘진리’를 따르겠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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