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3% 달성 가능할까

국내총생산(GDP) 3% 성장. 새 정부가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다. 시장에선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는 낙관적이다. 9월에도, 10월에도 정부 관계자의 입엔 ‘3% 성장으로 가는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걸렸다. 하지만 한미 FTA 재협상, 사드 위기, 북핵 리스크 등 한국경제를 휘감고 있는 변수들은 다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낙관론, 괜찮을까.

▲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달성 가능성은 미지수다.[사진=뉴시스]

“2017년은 세계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투자 회복,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전년보다 개선된 국내총생산(GDP) 3%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7월 25일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제시한 2.6% 성장률을 7개월 만에 0.4%포인트 높였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과 투자 회복, 11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정책효과 등을 근거로 들었다.

9월 29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에서는 “우리경제는 북한 이슈·통상 현안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당초 예상했던 3% 성장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2.7%에서 3%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미국·일본 등 주요국 경제 회복에 따른 글로벌 무역 증가세와 중국의 대외 수요 회복세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낙관적이지 않다. 북핵 리스크,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강화, 부동산 정책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미국의 긴축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 등 GDP 성장률 3%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3% 성장 낙관하는 정부

시장의 우려를 인식한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제는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물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3% 성장 경로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외환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견고한 수출 증가율,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지수 등 각종 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약 62조4733억원)로 전년(408억 달러) 대비 35% 증가했다. 사상 최대 월간 수출실적으로 2011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올 1월 이후 9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다. 코스피지수도 지난 12일 종가기준 2474.76포인트를 기록, 11일에 이어 이틀 연속 종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렇다고 GDP 3% 달성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출은 언제 꺾일지 모른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G2(미국·중국)와의 통상환경 악화될 수 있어서다. 지난 13일 진통을 겪던 한·중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중對中 수출 실적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지난해 25.1%를 기록했던 대중 수출 비중은 2009년 수준인 23%대(8월 기준·23.5%)로 떨어졌다.

재협상에 돌입한 한·미FTA도 골칫거리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수출 전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조항과 환율조작국 이슈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발언을 생각할 때 무역수지적자가 큰 자동차·철강 등에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정은 더 심각하다. 민간소비가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는 등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올 1분기 1.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6분기 만에 1%대 성장을 기록한 GDP 성장률은 2분기 다시 0.6%로 떨어졌다. 3분기도 0%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지표 역시 신통치 않다.

무엇보다 2분기 GDP를 견인한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8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월 0.1%에서 -1.0%로 악화되면서 6월 이후 두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쪼그라든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생활물가 상승, 실업률 상승 등 소비를 막는 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다.

성장 발목 잡을 변수 많아

실제로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하는 물가인 생활물가 상승률은 8월 3.7%를 기록했다. 이는 2.6%를 기록하며 5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또한 8월 청년실업률은 9.3%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7.7로 7월 111.2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8월 93에서 87로, 향후경기전망(CSI)는 8월 104에서 96으로 급락했다.

산업활동은 활력을 잃고 있다. 8월 전산업생산은 0%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설비투자는 -0.3% 7월(-5.1%)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했고, 건설기성은 토목공사 부진으로 2% 감소했다. 소비·설비투자·건설기성 등 주요 지표가 모두 뒷걸음질을 친 셈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부문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추경 등의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올해와 내년 모두 3%대 성장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3% 성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에만 기대고 있다간 부메랑을 맞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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