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할인행사 규모 커졌지만 …

미국의 대규모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2회째를 맞았다. 지난해보다 많은 446개 업체와 500여개의 전통시장이 참여했다. 정부는 대규모 할인행사로 얼어붙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해 내수를 진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행사 중반부인 현재, 흥행은 물 건너간 듯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라이세일페스타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대한민국 대표 쇼핑 관광축제로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다.[사진=뉴시스]

34일간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Korea sale festa)’가 중반으로 접어든 10월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선 코리아세일페스타 특별 할인행사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행사 매대를 정리하던 직원은 “내일부턴 마트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브랜드 초특가 행사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상시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할인’을 무기로 매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기존 할인행사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뜨뜻미지근한 반응 속에 두번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리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침체된 소비심리 활성화를 위해 개최했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하면 올해로 3회째다. 규모면에서는 지난해보다 커졌다. 먼저 정부 지원금이 40억원에서 51억원으로 늘었다. 341개이던 참여업체도 446개로 많아졌다. 백화점ㆍ대형마트ㆍ면세점ㆍ가전전문점 등 유통업체 192곳, 화장품ㆍ가전ㆍ가구ㆍ자동차 업체를 비롯한 제조업체 115곳, 외식ㆍ엔터테인먼트 업체 139곳이 참여했다.

정부는 추석황금연휴와 맞물린 이번 행사를 쇼핑ㆍ관광ㆍ문화가 어우러진 축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행사가 내수를 활성화시킬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2016년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서다.

두번째 행사 미지근한 반응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코리아세일페스타 참가 업체들의 매출액은 8조7000억원(행사 기간 중)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20억원(12.5%) 늘었다. 소매업종 카드 승인액(11.1%)도 평년(6.3%) 대비 4.8%포인트(통계청)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170만명을 기록하는 등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거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런 정부의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큰폭의 할인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겨울 코트를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김수민(가명ㆍ46)씨는 “백화점 가을 정기세일과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함께 열린다기에 할인율이 높을 줄 알았다”면서 “정작 사고 싶은 제품은 할인 적용 상품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협상해 할인율과 할인품목을 정하고 있다”면서 “제조업체가 중심이 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유통업체가 중심이 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할인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백화점 3사의 경우 창고물량이나 이월상품에 한해서 최대 70~80% 할인을 진행했다. 대부분 제품의 할인율이 20~30%로 기존 온라인쇼핑몰 가격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만한 수준이 아닌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사의 중심인 유통업계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추석연휴이자 대규모 특별할이기간이던 9월 28일부터 10월 9일까지 백화점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이 기간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8.1%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1.6%(9월 28일~10월 15일)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같은 기간 4.3% 감소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열기가 이미 시들해졌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하는 행사이니 동참하고는 있지만, 백화점 정기세일 기간과 겹쳐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통상인과 소상공인은 행사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할인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전통시장을 위해 인접관광지나 지역축제와 연계하는 축제를 기획했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 광역지자체 17곳에 거점시장을 두고 경품 이벤트 행사 등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표적인 거점시장인 남대문시장조차 분위기가 썰렁했다.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행사 후반부(10월 19일~10월 31일)를 하루 앞둔 18일, 남대문시장엔 현수막과 만국기만 어지럽게 날렸다.

한 시장 상인은 “코리아세일페스타 이전에도 매년 중구청의 지원으로 비슷한 행사가 여러번 열렸다”면서 “행사 때문에 일부러 시장에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상인은 “사드배치 논란 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70% 가까이 줄었다”면서 “정부 주최 행사인 만큼 공항 등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커는 코리아세일페스타 흥행의 한축이었다. 지난해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면세점 매출액은 1조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증가했다. 편의점ㆍSSM(17.3%), 온라인쇼핑(15.9%), 백화점(8.8%) 등 다른 유통 채널을 능가하는 매출 신장률이었다. 특히 유커의 면세점 매출 기여도는 64.5%에 달했다. 

할인에 둔감해졌는데…
 
이 때문에 정부는 행사 준비 기간부터 유커 빈자리 메꾸기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 해외문화홍보원, 코트라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를 꾀한 거다. 또 외국에서도 한국 행사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외 현지몰을 28개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Grub Market’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안내 배너나 한국관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보여주기 식에 불과 했다는 얘기다.
 
▲ 산업통상자통원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다고 밝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더 큰 문제는 ‘기대만큼 내수 활성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매년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목적은 대규모 할인 행사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거다”면서 “하지만 가계의 소비여력이 없으니 아무리 할인 행사를 해도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기가 부진한 탓에 유통업체들이 상시 할인행사를 열고 있어 소비자들이 ‘할인’에 둔감해진 것도 흥행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소비자, 유통업체, 전통시장ㆍ소상공인 누구 하나 만족하지 못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내년 이맘때 또 열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9월 마지막주 목요일부터 10월 말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1년 후 뭔가 달라져 있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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