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폭로, 롯데건설의 변명 진정성 있나

강남 재건축 수주전은 ‘복마전’으로 불린다. 큰돈이 걸려 있는 탓에 많은 건설업체들이 수주에 사활을 걸어서다. 이런 복마전의 민낯이 GS건설의 폭로로 드러났다. 일부 건설사가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돌렸다는 거다. 이 폭로가 사실인지는 롯데건설이 해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GS건설은 믿을 만할까.

▲ GS건설은 롯데건설이 한신4지구 수주전을 펼치면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사진=뉴시스]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고 공정하고 투명한 도시정비사업 수주질서를 확립하겠다.” 10월 17일 한국주택협회 소속 25개 건설사(GS건설은 불참) 임직원들은 건설회관에 모여 이런 내용의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15일 GS건설이 ‘매표 시도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 운영 결과’를 발표한 게 계기였다.

당시 GS건설은 ‘클린 수주전’을 내걸고 깨끗하게 강남 재건축 수주 경쟁을 펼친 반면, 경쟁사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GS건설은 “경쟁사가 조합원들에게 갖은 금품을 제공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여기서 ‘경쟁사’는 잠실 미성ㆍ크로바와 반포 한신4지구에서 GS건설과 맞붙은 롯데건설이다.

GS건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돈을 뿌려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는 비용 회수에 나설 것이고, 이는 부실시공이나 불법 하도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측은 “GS건설이 발표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면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데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련의 행동을 보면 GS건설은 공정한 경쟁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처럼 보인다. 롯데건설이 GS건설의 주장대로 경쟁 과정에서 검은돈을 뿌렸다면 처벌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GS건설의 의도가 순수했는지, 클린경쟁을 표방한 여론전은 아닌지도 짚어봐야 한다. 많은 미디어가 검증 없이 받아쓴 ‘자료’의 실체도 파악해 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GS건설의 태도 역시 롯데건설만큼이나 석연치 않은 게 많다. 무엇보다 GS건설은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롯데건설에 확인하지 않았다. 충분한 검토없이 무작정 자료를 공개했다는 얘기다.

GS건설이 제보자들에게 내건 포상금도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조합원들이 경쟁사의 불법행위를 골라 제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문제다. 실제로 GS건설이 발표한 사례 대부분이 한신4지구 경쟁자였던 롯데건설을 겨냥했다. 일부에서 “반포주공1단지와 미성ㆍ크로바를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에 내준 GS건설이 성급하게 행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GS건설 관계자는 “한신4지구 시공사가 선정된 후에 내용을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22년까지 강남을 중심으로 20조여원의 재건축 사업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반박은 힘을 얻기 어렵다. 경쟁은 끝나지 않았고, 경쟁사를 흠집낼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정한 경쟁질서’는 수주전에 국한해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입찰 담합이나 불법 하도급, 부실시공 책임 회피, 산업재해 피해자 외면 등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다. 왜 굳이 수주전에서만 ‘클린’을 외치냐는 거다.

한편에선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GS건설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국토교통부조차 손을 놓고 있었으니 이런 폭로 행위가 벌어지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