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기업 부동산 사업 갑론을박

KT와 KT&G가 부동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적도 좋다. 하지만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공기업 시절, 국민의 혈세로 구입한 땅을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옛 공기업들의 부동산 사업,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옛 공기업 부동산 사업의 갑론을박을 취재했다.

▲ 지난해 5월 KT&G의 유휴부지에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이 들어섰다.[사진=뉴시스]

여기 한 공기업이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나랏돈으로 설립됐다. 그 때문인지 주요 도심지의 노른자위 땅도 수월하게 확보했다. 해당 부지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장을 설치했다. 이런 공기업 역시 ‘변화의 벽’에 부닥쳤다.

낮은 경영효율성과 생산성에 직면했던 거다. 숱한 논박 끝에 지분이 민간에 넘어갔고, 공기업은 ‘민영화’됐다. 그로부터 몇년 후, 이 기업은 땅부자로 군림했다. 공기업 시절 사들였던 부지 위에 호텔ㆍ오피스텔ㆍ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요 목적사업도 아니었다. 오직 ‘사적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KT와 KT&G. 공기업이었던 두 회사는 2000년대 초반 민영화됐다. 1981년 세워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2002년 8월 KT로, 1989년 설립된 한국담배인삼공사는 2002년 12월 KT&G로 민간의 탈을 썼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또 있다. ‘부동산’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KT는 부동산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2010년 KT 지분 100%로 설립된 부동산개발 전문법인 KT에스테이트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26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인 1710억원과 비교하면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의 매출이 11조4541억원에서 11조1926억원으로 역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KT의 부동산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KT&G는 자체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운영 중이다. KT&G도 KT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사업부문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742억원에서 올 상반기 989억원으로 33.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1조4467억원에서 1조5272억원으로 5.6% 증가했다.

두 기업의 부동산 사업 규모도 상당하다. KT에스테이트가 직접 보유하거나 위탁 받아 관리 중이라고 밝힌 부동산은 약 500개에 이른다. 하지만 주요 사업장만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부동산까지 더하면 이 수치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모두 KT가 소유한 자산이다.

현재 이 부동산들에는 기업형 임대주택, 오피스텔, 아파트, 호텔 등이 들어서있다. 그중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신라스테이, 신사ㆍ송파ㆍ을지로에 세워질 호텔 등 알짜 부동산이 대거 포함돼 있다.

부동산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

KT&G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5월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을 오픈하면서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을지로ㆍ서대문ㆍ수원ㆍ대구ㆍ대전 등 주요 도심지 8곳에 있는 사옥에선 임대사업을 운영 중이다. 아직 KT에는 못 미치지만 규모가 부쩍 커질 게 분명하다. 올 상반기 투자부동산으로 대체된 자산만 13억25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KT와 KT&G 측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과 경제적 가치를 감안해서 보유 부동산의 활용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지속성장을 위한 수익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지는 미지수다. 두 기업이 부동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부지가 옛 공기업 시절부터 보유해온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중 대부분은 전화국ㆍ연초제조창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독점 사업을 막기 위해 마련된 사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서비스가 광역화되면서 KT의 전화국이 폐쇄됐고, 담배산업이 사양길을 걷자 KT&G의 공장과 지점이 크게 축소됐다”면서 “이렇게 생긴 유휴부지 중 대부분이 현재 수익형 부동산으로 대체됐다”고 꼬집었다. KT와 KT&G가 혈세로 사들인 자산을 단순한 영리 취득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KT, KT&G는 이렇게 반박했다. “이젠 공기업이 아니라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 유휴부지를 놀리는 것보단 불필요해진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는 게 기업이나 주주에게 이익이다.”

 

문제는 이를 규제할 방도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 김유돈 변호사(법무법인 지금)는 “법적으로 공기업의 재산을 국유재산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민영화한 KT와 KT&G의 부동산 사업을 법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혈세 들어간 땅 공공성 지켜야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규제를 못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민영화하긴 했어도 출발은 공기업이었기 때문에 기본 사업 목적이 있다”면서 “기본 사업의 경쟁력 제고가 아닌 단순 영리 추구를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비판 받을 만하다”고 꼬집었다.

“백번 양보해서 단순 영리 추구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렇게 얻은 이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부는 공공을 위해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두 기업이 주요 도심의 노른자 땅을 값싸게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공공 목적 달성을 위해 세금이 쓰였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민간기업이지만 부지를 운영하는 데 최소한의 공공성에 관해서는 자체검열을 할 필요가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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