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 순항 막는 변수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 했던가. 현대상선이 서비스 품질 평가에서 1위에 오른 뒤 유상증자까지 실시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오랜만에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앞날은 여전히 밝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현대상선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봤다.

▲ 현대상선이 선박ㆍ터미널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사진=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이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해운사 서비스 품질을 나타내는 운항 정시성 평가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덴마크 해운분석기관 시인텔이 발표하는 이 평가가 화주들의 만족도를 대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서비스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현대상선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지난 13일 선박ㆍ터미널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한 건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자금조달 규모는 약 7000억원. 그중 4000억원은 투자자금, 3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 용선을 줄이고 선박, 터미널을 매입하려는 것”이라면서 “선박이 공급과잉 상태이긴 하지만 시황이 어렵다보니 이런 식으로 경쟁력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대상선의 앞에 ‘꽃길’이 열릴 지는 알 수 없다. 정상화를 가로막는 난제들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투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자금은 10조원가량이다.

하지만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현대상선으로선 채권단과 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16일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현대상선에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구체적 플랜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원 계획이 세워지더라도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낮은 해상운임도 골칫거리다. 현대상선의 주요 노선인 미주서안의 운임은 지난 13일 1FEU(2TEU=20피트 컨테이너 2대) 당 1367달러(약 154만원)에 그쳤다. 비수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현대상선이 마진을 내기 위한 최소 운임인 2000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2018년부터는 시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화주들의 입김으로 운임을 인상하는 데 실패했지만 2018년엔 인상될 것으로 점쳐진다”면서 “컨테이너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대상선 앞에 뿌려져 있는 리스크들을 해소했을 때의 이야기다. 자금 지원과 지속적인 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현대상선의 앞날은 험난할 공산이 크다. 현대상선, 아직 갈길이 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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