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의 그림자] 그날에도 마트 제품 쉽게 살 수 있는 이유
[의무휴업의 그림자] 그날에도 마트 제품 쉽게 살 수 있는 이유
  • 이지원 기자
  • 호수 260
  • 승인 2017.10.2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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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휴업제 5년, 한 주부가 사는 법
평범한 주부 김혜진씨. 그의 달력엔 빨간색 동그라미가 두 개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다. 그럼 김씨는 이날 전통시장에 갈까. 그렇지 않다.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도 대형마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5년, 주부 김혜진씨의 삶 속으로 들어가봤다.
▲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 5년차를 맞았지만 소비자의 발걸음은 전통시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두살배기 딸을 키우는 김혜진(가명ㆍ38)씨의 달력에는 두 개의 빨간 동그라미가 눈에 띈다. 둘째ㆍ넷째주 일요일이다. 시어머니 생신이나 집안 대ㆍ소사날은 아니다. 아파트 인근 대형마트가 쉬는 날을 미리 표시해둔 거다. 일요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오늘은 쉽니다’는 간판만 보고 허망하게 돌아온 게 여러 번이다.

김씨는 연중무휴 운영되던 대형마트에 갑자기 빨간 날이 생긴 게 궁금했다. 검색을 해보니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 때문이란다. 대형 유통업체가 시장을 잠식하는 바람에 영세 상인들이 살길이 막막해져서 생긴 법이다. 확실히 남편과 한창 연애를 하던 중에 봤던 골목과 지금 골목의 풍경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더울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함께 사먹던 동네슈퍼도, 초등학생들이 붐비던 문방구도 없어졌다. 그럼에도 김씨는 “필요한 법이긴 한데, 좀 불편하네”라고 생각했다. 김씨가 꼭 사야 할 물건이 기저귀였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나 전통시장에서는 구할 길이 없다. 

김씨는 묘안을 떠올렸다. ‘기저귀’처럼 꼭 필요한데, 마트 휴업일 탓에 구하지 못하는 제품을 살 수 방법이었다. 아쉽게도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은 아니었다. 대형유통업체의 또다른 유통채널을 이용하는 거였다. 

편의점 등 대안 수두룩

새롭게 찾은 묘안 중 하나는 편의점. 한집 건너 한집에 편의점이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과거에는 “편의점 상품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엔 그렇지도 않다. 제휴카드로 할인이 되는 경우가 많고, 적립 포인트도 쌓는다. ‘1+1’ ‘2+1’ 등의 제품을 더 주는 행사도 매달 한다. 대형 유통기업의 편의점 사업 부문에서 일하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매장당 취급 품목 수가 2000~3000여개인데 이중 500~700여개가 할인상품이란다. 김씨는 “대형마트 못지 않네”라고 생각했다. 

다이소 등 생활용품 전문점도 좋은 후보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규모면(취급품목 3만여개)에서 압도적이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얼마 전 설문조사 기사를 보니, ‘자주 이용하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생활용품 전문점이 3위에 올랐단다. 김씨처럼 생활용품 전문점을 대형마트 대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엔 아파트 인근에 생긴 이마트24에도 자주 간다. 이 가게의 장점은 대형마트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이마트의 PB 상품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가성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쇼핑하면 왠지 ‘스마트 컨슈머’가 된 것 같다. 간단한 가공식품이나 간식거리를 구입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인터넷 육아커뮤니티에서 ‘노브랜드 버터쿠키’가 입소문을 탔을 때 호기심에 방문했던 게 시작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마트라는 대기업이 품질을 보증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왠지 믿음이 간다. 

야채나 고기 등 신선식품을 사야 할 땐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른다. 신선식품의 종류가 다양한 데다, 할인율도 높아서다. 규모 면에서는 대형마트 못지않은 데 의무휴업도 없다. 농협 하나로마트를 포함한 ‘중형마트’는 연간 매출액 중 농축산물 비율이 55%를 넘으면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당연히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도 없다. 최근 아파트 주위에 신선식품을 초특가로 판매하는 ‘~식자재마트’가 줄줄이 생겨난 이유다. 
더 간편한 방법도 사실 있다. ‘대형마트 인터넷몰’을 이용하면 끝이다. 대형마트 휴무일에도 별 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어느날 배달 온 직원에게 “휴무일에 어떻게 배송이 되느냐”고 물으니 이런 답이 되돌아왔다. “저희는 마트에서 나온 게 아니에요. 물류센터에서 나왔습니다.” 김씨는 편리해서 좋긴 했지만, 이럴 거면 왜 법을 만들었는지 의문이었다.

신선식품 살 땐 ‘중형마트’

 
반대로 시간 여유가 있는 주말에 김씨 부부는 교외에 생긴 복합쇼핑몰에 간다. 쇼핑도 하고 나들이가는 기분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어마어마한 크기에 없는 게 없다. 창고형할인마트부터 일렉트로마트, 가구전문점, 외식브랜드, 패션브랜드, 자동차판매점까지 들어서있다. ‘쇼핑의 끝판왕’이나 다름 없는 이곳은 무려 ‘연중 무휴’다. 

문득 김씨는 자신의 달라진 쇼핑 패턴에 의문이 들었다. 휴일에 대형마트에 가지 않을 뿐, 여전히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달력에 더 이상 빨간 동그라미도 그리지 않게 됐다. 지자체와 대형마트가 협의를 거쳐 마트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주말에 갑자기 기저귀가 동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김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어릴 때 종종 가던 전통시장마저 없어져버리면 어쩌지.”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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