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현대 여성들은 매일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여보, 뭐 하고 있어. 이러다 늦겠다.” 오늘따라 화장이 잘 먹지 않아 괴로운 그녀. 침대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더니 10분 만에 머리손질까지 끝낸 남편의 재촉이 얄밉다. 오랜만의 주말 데이트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번엔 옷이 문제다. 언제 살이 쪘는지 입는 옷마다 뚱뚱해 보인다. 거울 앞의 내 모습을 보니 오늘은 집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하루를 거울 앞에서 시작해 거울 앞에서 끝내는 그녀들. 외모 강박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현주소다. 여성들은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워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들이 잘 나온 ‘셀카’ 한장을 건지기 위해 수십번 셔터를 누르는 이유다. 분명한 건 여성들도 이런 사회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다. 외모 평가가 난무하는 일부 미디어에 많은 여성들이 분개하는 건 같은 맥락이다. 그들의 마음에는 외모의 압박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저자인 러네이 엥겔른은 그런 여성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그는 20여 년간 대학에서 ‘여성 심리학’ ‘젠더 심리학’ ‘아름다움의 심리학’ 등을 강의해온 여성 심리학의 전문가다. 저자는 외모 강박과 싸우고 있는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책에 담았다. 외모 강박이 어떻게 여성의 능력과 미래를 파괴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매우 교묘하고 치밀하게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용 브랜드 도브가 펼쳤던 ‘아름다움을 선택하세요’ 캠페인을 예로 들어보자.

이 캠페인은 도심지 건물 입구에 커다란 간판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건물에 들어가려면 ‘아름다움(Beauty)’이란 간판이 걸린 입구와 ‘보통(Average)’이란 간판의 입구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자신의 외모를 무의식적으로 평가하도록 강요하는 간판을 단 거였다. 더 큰 문제는 이 광고가 보통의 입구를 선택한 여성들이 잘못됐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란다. 이들은 가족, 선생님, 친구로부터 아름다움이 여성의 의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는다. 여성들은 모델이나 연예인과 스스로를 비교하고, 이상적인 미美에 도달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걸 반복한다. 그렇게 시간과 돈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수업에서, 회의에서, 리더의 역할에서 점점 멀어진다. 저자는 이를 “여성들이 ‘프릴 달린 드레스’에 갇혀버렸다”고 표현했다.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 어떤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특정한 몸매와 얼굴만이 아름답다고 인정받는 환경에서 이런 말은 모순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아름다움’ 자체에 얽매인 일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모를 자신 있게 드러낸 50대 변호사, 할머니 사이즈의 큰 옷을 우연히 입고 깨달음을 얻은 40대 등반가,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기사에 몰두하던 대학 기자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하는 여성 등 책에 담긴 인터뷰는 저자의 말에 설득력을 입힌다.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움이라는 잣대를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다양한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 모든 여성은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세 가지 스토리

「통제된 시간과 공간」
유승희 지음 | 세창미디어 펴냄

조선시대의 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치안유지를 위한 ‘야간통행금지’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밤에 대한 백성들의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권층은 야간통행증을 위조해 돌아다니기도 했다. 야간통행이 허락된 맹인 흉내를 내다 걸려 곤장을 맞는 이도 있었다. 저자는 야간통행금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요즘 못지않게 뜨거웠던 조선의 밤을 소개한다.

「곰과 함께」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 민음사 펴냄


요즘 북극에서 빙하가 녹는 속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37도를 웃도는 더위가 지속되고 오스트리아에선 프랑스와 독일보다 넓은 땅덩이가 물에 잠겼다. 이런 지구의 환경변화를 걱정한 현대 작가 10명이 ‘환경 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소설을 냈다. 그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지구와의 관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퇴근 15분 철학」
오가와 히토시 지음 | 맥스미디어 펴냄


어려운 철학에 지쳤다면 이 책을 펴볼만 하다. 이 책은 철학은 난해한 것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출퇴근길이나 카페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결코 시시하지 않다. 정치·사회·문화에 대해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내놓은 질문과 답이 알차게 들어 있어서다. 15분의 독서로 철학적 사색이 가득한 하루를 만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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