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행위 끊이지 않는 이유

금융사기는 왜 끊이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금융사기꾼들이 제도와 법망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혹여 걸려도 ‘솜방망이로 한 대 맞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금융사기를 부추긴다. 하지만 금융사기를 막겠다며 금배지들이 내놓은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정치권은 대체 뭘하고 있는 걸까.

▲ 지난해 발의된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이 1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사진=뉴시스]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2000년 1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을 제정한 이유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에도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피해 사례는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다. 범죄 예방 장치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얘기다. 왜 일까.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 기준’을 첫째 약점으로 꼽는다. 현행법상 유사수신행위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정도 처벌 수위로는 범죄 근절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리며 약 1조원의 피해액과 1만여명의 피해자를 낸 IDS홀딩스 사건의 주모자 김성훈 대표는 지난해 8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추가 범죄에 따른 가중처벌이 적용되면서 지난 9월 15년을 구형받았다.

김재율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장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에게 가중처벌법이 적용됐음에도 징역 15년형이면 형량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적발된 모든 범죄 행위를 합산해 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범죄 행위 중 가장 무거운 것을 기준으로 형량을 선고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죄목이 여럿일 경우 형량이 합산된다. 폰지사기(금융다단계)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이나 앨런 스탠포드 전 스탠포드 파이낸셜 그룹 회장이 110~150년 구형을 받은 이유다.

유사수신업체가 부당행위로 획득한 자금을 환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김 위원장은 “범죄로 벌어들인 자금을 끝까지 추적해야 하는데 통상 징역형에서 끝난다”면서 “짧은 형을 살고 나오면 범죄 수익을 고스란히 취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미화 변호사(법무법인 남산)의 말을 들어보자. “유사수신행위 수사는 주로 사후에 이뤄지는데, 대부분 검찰이 진행한다. 하지만 특수부나 지능범죄팀은 전문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의 감독ㆍ조사권을 강화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 관련 사업자등록 절차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현재는 신고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힘들다. 유사수신행위가 의심되는 사업은 금감원이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김재율 위원장은 더 나아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험 요인이 많으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금감원에 줘야 한다”면서 “과거 저축은행 때도 소송 중에 영업정지 조치를 취한 바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사기는 안전장치를 쉽게 무너뜨린다. 법망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사기를 치는 수법이 날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유사수신행위를 의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유사수신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문제는 유사수신행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11월 각각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개정안 중 금감원 권한 강화는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피해금액 추적이나 처벌 강화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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