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순의 易之思之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분야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전자정부 분야와 중소기업의 핵심산업인 신발•피혁 분야는 정말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에 과학기술부를 없애버리고 2008년에 ‘577전략’이라고 하는 과학기술 정책을 발표했다. 577전략은 국가 총 연구 개발 분야에 GDP대비 5%를 투자해 7대 중점 분야를 육성해 세계 7대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7대 중점 분야는 다음과 같다.(표 참조)

이 같은 청사진을 놓고 보면 아쉽고도 의문이 남는 게 두 가지이다. 우선, 중소기업 부문은 대부분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바로 지식기반 서비스 분야이다. 그나마 명목이라도 있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과연 지금의 정부가 577전략 예산(총 예산은 2012년 까지 66조5천억이 배정되었다)중 지식기반 산업에 얼마나 배정했을까? 전체 예산 중 10% 정도에 불과하다. 지식기반산업이 돈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는 지금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조그만 호텔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말까지 예정으로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에티오피아 산업정책(IT, 신발피혁분야) 육성을 위한 컨설팅을 위해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오늘 오전에 에티오피아 산업부(우리나라로 치면 지식경제부에 가깝다) 국장과 면담을 했는데, 이분 하시는 말씀이 “한국에서 기술자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분야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전자정부 분야와 중소기업의 핵심산업인 신발•피혁 분야는 정말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런 때문인지 에티오피아 산업부 국장은 한국이 이 분야의 발전 과정에서 익힌 경험적 기술을 실질적으로 전수받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왕복 비행기 값(약 300만원)은 줄 수 없지만(에티오피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이며, 한국전쟁 때 약 300여 명의 전투군인을 보내준 나라이다) 숙박과 급여를 조금(월간 약 30만원~100만원 정도)은 줄 수 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대학졸업자의 초임(연봉)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말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우리나라에 어떤 사람이 자비를 들여서 그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가서 한달에 50만원을 받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30여년간 경험적 지식을 풍부하게 쌓은 무수히 많은 시니어 컨설턴트들이 지금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자전거 또는 도보로 들로 산으로 헤매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대부분 50대인 이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왕복 비행기 값을 대주고 현지 체류비 일부만 지원해 준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저개발국가에 가서 일을 하겠다고 지원할 것으로 본다. 물론 필자의 오판일지도 모르지만.

은퇴했더라도 생활에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현지 체류비 일부만 지원해줘도 가고 싶어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지에서는 슈퍼바이저(Supervisor)로서 VIP 대접을 받고 일을 하게 되니까 신명이 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약 1년 정도 현지에서 체류를 하게 된다면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활동했던 저개발국가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해당 국가와 우리나라가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경제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단체인 전경련의 산하기관 중 대기업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중소기업의 경영,기술 등의 컨설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한 시니어들의 해외파견도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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