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갈등 봉합 이후

▲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간 갈등이 봉합됐다. 양국 외교부는 10월 31일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조속히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회복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늦었지만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접점을 찾아 다행이다. 그동안 곤욕을 치른 우리 기업들은 한시름 덜게 됐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보다 더 적극적인 협력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식한 수준의 ‘봉합’이지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중국에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거라는 등 ‘3불不’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사드 보복 재발 방지나 사과는 듣지 못했다. 중국으로선 사드 보복 중단이란 어음을 끊어주고, 3불 약속이란 거액 수표를 받아든 셈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물론 경제팀,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받아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사드 갈등 봉합은 한중 양국이 서로 체면을 살리면서 출구를 모색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고 사드 보복에 따른 경제ㆍ문화적 피해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으로선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따라 사드 배치 철회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ㆍ미ㆍ일 공조가 강화되는 것을 방치하기 어려웠으리라.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고, 한국도 중국의 3대 교역국이다. 사드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국 모두 손해라는 현실적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국관광 제한 등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물론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반토막 났다. 그 와중에 일본을 찾은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 일본이 어부지리를 봤다.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면서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자동차ㆍ화장품ㆍ유통ㆍ관광ㆍ항공업계 등이 반색하고 있다. 사실 사드 보복은 중국의 국내 산업 보호육성 정책과 상당 부분 맞물려 있다.

한국은 막대한 피해를 당하고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3불 약속 중 만족스럽지 않은 것을 트집 잡아 ‘제2, 제3의 사드 보복’을 할 수도 있다. 기업들로선 유사 사태에 대비해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분쟁을 일으켜 우리와 비슷한 경제보복을 당한 대만, 필리핀, 노르웨이 등은 시장 다변화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자 노르웨이산 연어의 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과 아시아 국가로 시장을 개척해 연어 수출액을 회복했다.

수출은 물론 관광도 다변화와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유커만 바라보지 말고 동남아 국가와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 인프라도 개선해야 한다. 1년4개월의 사드 사태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중국 의존도를 낮춰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변덕과 횡포에 당하면서도 계속 그들만 쳐다봐선 안 된다.

정부로선 외교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춘 답방을 성사시켜라. 4년 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중국 베이징北亰이다.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 복원은 평창올림픽은 물론 2022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처럼 강대국 틈새에 위치한 중규모 개방국가로선 외교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ㆍ러시아와 원만한 협력을 이끄는 균형 외교가 긴요하다.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문재인 정부가 희망하는 ‘한반도 운전석론’도 여기에 근거해야 한다. 오는 10~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정상회담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사드 갈등의 완전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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