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흔들리는 이유

2007년 세계 IT 시장의 판이 흔들렸다. 애플 아이폰의 혁신성 때문이었다. 소비자는 열광했고, 아이폰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놨다.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신神’으로 추앙받았다. 그로부터 10년, 아이폰이 아이폰 같지 않다. ‘포스트 잡스’ 시대라고 하지만 혁신 DNA가 빠져나간 아이폰은 갈 길을 잃은 듯하다. 아이폰8과 아이폰X는 이 어두운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이폰이 흔들리는 이유를 분석했다.

▲ 지난 9월 아이폰8이 출시됐지만 판매량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사진=뉴시스]

2009년 국내에 아이폰(3G)이 상륙했을 때부터 쭉 아이폰을 사용해 왔다는 박민기(가명)씨. 그는 최근 스마트폰을 바꿨다. 하지만 그가 택한 건 아이폰이 아닌 경쟁사의 제품이었다.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아이폰 골수 사용자가 경쟁사의 제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씨는 “아이폰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변화가 실망스럽다”면서 “특히 최근엔 발전은커녕 되레 퇴행하는 듯해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좁혀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바에야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모바일페이 등 활용도가 높은 국내 제품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분위기는 2013년부터 감지됐다. 당시 많은 이들이 “아이폰은 약 3년 뒤부터는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아이폰의 강점인 편리한 운영체제(OS), 직관적인 UIㆍUX 등 인간 중심의 감성공학이 힘을 잃고 있다는 전망에서였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OS가 아닌 하드웨어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과 맞물리는 예측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위기의 순간, 애플은 강했다. 스티브 잡스는 시장의 예상을 비웃는 혁신제품으로 판을 흔들었다. 하지만 포스트 잡스 시대의 애플은 달랐다. 애플을 향해 쏟아진 시장의 예상이 번번이 맞아떨어졌다. 많은 이들이 ‘잡스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진짜 문제는 애플과 아이폰이 뻔해졌다는 거였다. 어쩌면 이게 ‘잡스의 부재’ 탓일지도 모르지만 ….

 

어쨌거나 시장의 전망대로 아이폰은 힘을 잃었다.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8의 실적은 충격적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출시 첫달 판매량으로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데, 시장조사업체 로컬리틱스에 따르면 아이폰8의 첫달 판매량은 약 1890만대에 그쳤다. 직전 모델인 아이폰7의 첫달 판매량인 3500만대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실적이었다.

자! 이제 아이폰이 왜 역동성을 잃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자. 많은 유저는 “아이폰의 최대 강점이었던 감성공학이 사라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한 아이폰 사용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폰이 마음에 들었던 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부드러운 터치감, 심플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디자인은 개성을 잃고 경쟁사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그는 “최근 업데이트된 UIㆍUX만 해도 호불호가 갈려 주변에서도 절반가량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잡스 후광 잃은 것도 원인


이준영 상명대(소비자학) 교수는 “아이폰의 충성도가 떨어진 건 두가지 측면에서 봐야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첫째는 혁신적인 측면이다. 아이폰은 경쟁제품과 차별되는 새로움을 제시했기 때문에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새 아이폰을 향한 갈망이 줄어든 건 기존 아이폰이나 경쟁 모델에서 싫증을 느끼게 할 만한 혁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둘째는 후광효과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한 휴먼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을 향한 충성은 곧 잡스를 향한 것이었는데,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후광 효과가 사라졌다.”

문제는 애플의 숱한 리스크가 새 모델인 아이폰8과 아이폰X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손쉬운 무선 충전’ ‘향상된 1200만화소 듀얼카메라’ ‘새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아이폰8을 두고 애플이 내세운 장점들이다. 하지만 혁신성이 느껴지는 대목은 찾기 어렵다. 이 기능을 적용한 경쟁사 스마트폰은 이미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애플이 하드웨어 스펙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것도 아니다. 램(RAM)을 예로 들어보자. 램은 스마트폰의 속도를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용량이 클수록 스마트폰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8과 아이폰X에 탑재된 램 용량은 3GB다. 하지만 9월에 이미 출시된 갤럭시 노트8에는 이보다 두배 많은 6GB가 탑재됐다. 애플의 신제품이 경쟁사의 시중 제품보다 스펙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얘기다.

▲ 아이폰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건 혁신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아이폰X도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이폰X는 아이폰8과 달리 혁신적인 요소를 대거 도입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페이스ID’이다. 3D센서로 얼굴을 인식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는 기술인데, 시연 현장에서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시연자의 얼굴을 아이폰이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지문인식보다 느린 반응속도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드웨어 스펙이 떨어져도 높은 호환성과 안정적인 구동으로 찬사를 받았던 아이폰의 강점이 사라졌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폰X 시연 중 문제 일으켜

애플답지 않게 하드웨어에 높은 사양의 기술을 도입하다보니 제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부족한 제품 탓에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선 2018년이나 돼야 아이폰X를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아이폰X에는 OLED 디스플레이나 3D센서 등 애플로서는 처음 적용하는 기술들이 많다”면서 “관련 부품 조달문제와 낮아진 수율로 인해 제품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은 없었다’는 논란이 나올 때마다 압도적인 판매 실적으로 이를 잠재웠던 아이폰. 이번에도 애플은 아이폰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까. 전망은 불투명하다.
고준영ㆍ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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