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미래 플랜

성장가도를 달리던 우리은행에 악재가 발생했다. 국정감사에서 터진 채용비리 의혹이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민영화 작업을 추진해온 이광구 행장이 사퇴를 결정했다. 잘나가던 우리은행의 성장세가 ‘적폐’에 발목이 잡혔다.

▲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우리은행에 수장 공백이라는 위기까지 발생했다.[사진=뉴시스]

민영화 성공으로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우리은행이 한순간 적폐은행이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탓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4전 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9.7%를 IMM PE(6.0%),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 등 7곳의 과점주주에 매각했다.

오랜 숙원이던 ‘민영화 성공’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637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 2011년 2분기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다.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4608억원, 2801억원의 당기순이익(누적 당기순이익 1조375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인 1조2613억원을 3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10월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6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우리은행의 주가도 올초 1만2600원에서 지난 2일 1만6300원으로 29.4%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25.7%를 3.7%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2016년 우리은행 공채 추천현황’ 문건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공채에서 정부인사와 전ㆍ현직 임원 등의 추천을 받아 전체 채용인원의 10%에 이르는 16명 채용했다.

성장시계 멈출 가능성 높아

지난 2일에는 이광구 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수장 공백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추진해온 정부 지분 추가 매각과 지주사 전환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이번 비리 사건으로 새 은행장 선출은 물론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더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ㆍ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받을 경우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은 인수ㆍ합병(M&A), 자회사 설립 등의 신사업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성장 시계’가 멈춰설지 모른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이 행장의 업무를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에게 위임했다. 손 대행은 일상적 업무를 위임 받아 수행할 예정으로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의 인사와 은행장 전결권의 50%를 초과하는 신규 사업 등의 업무는 부분적으로 제한된다. 후임 행장을 선임할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논의는 다음 이사회로 미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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