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의 의문

9월 26일 오리온의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정관 하나를 바꿨다. 오리온홀딩스가 현물출자(오리온 주식과 교환)를 위해 신주를 대량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한 거다. 오리온이 밝힌 이유는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의혹에 펜을 집어넣었다.

▲ 오리온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해 오리온 주식과 맞교환하는 이벤트의 최대 수혜자는 최대주주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오리온의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9월 27일 다음과 같은 공시를 했다.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9652억3999만8360원(10월 23일 9652억3999만4716원으로 정정)을 조달할 목적으로 보통주 4259만6646주(10월 23일 4209만3236주로 정정)를 일반 공모증자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오리온 주식(기명식 보통주)을 현물출자로 받고, 그 대가로 오리온홀딩스 주식(기명식 보통주)을 신주 발행해 부여하는 방식이며, 현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흐른 10월 25일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주식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 오리온홀딩스 측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상장계열사 주식의 20% 이상 취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복잡해 보이는 이 과정의 의미는 사실 간단하다. 오리온홀딩스 측의 설명대로 풀어보자.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가 상장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경우, 그 상장계열사의 주식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오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오리온 주식은 12.08%(477만5139주)다. 20%에서 정확하게 7.92%가 모자란다. 오리온의 상장 주식 총수가 3953만3501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313만1561주를 매수해 오리온홀딩스 곳간에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분할로 거래가 정지됐다가 두 기업이 재상장된 7월 7일 오리온의 주식 종가는 8만2300원이었다. 8월 16일부터는 9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313만1561주를 매수한다고 할 때 주당 8만원으로만 잡아도 2505억2488만원이, 주당 9만원일 경우엔 2818억4049만원이 필요하다. 원칙대로라면 오리온홀딩스는 이 돈을 내고 주식을 사야 한다.

하지만 오리온홀딩스는 주식시장에서 직접 돈을 주고 오리온 주식을 사지 않고, 교환하는 방식으로 오리온 주식을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오리온홀딩스의 시중 주가는 오리온 주가보다 낮기 때문에 신주를 대량 발행해 오리온 주식 가치에 맞춰 교환하기로 한 거다.

오리온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는 4209만3236주, 신주와 교환되는 오리온 주식 수는 1000만주다. 교환 시 주식 가치는 오리온홀딩스 주식이 주당 2만2931원, 오리온 주식이 9만6524원(9만6524원×1000만주=‘타법인 증권 취득자금’과 동일)으로 책정했다. 주식교환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주사 주주들 배제한 신주 배정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돈을 거의 들이지 않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자연스럽게 강해진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오리온홀딩스가 이번 주식교환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부터 먼저 짚어봐야 한다. 크게 3가지다.

첫째, 9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변경(신설)된 정관(제9조 ‘신주인수권’ 부분)이다. 내용은 이렇다 “회사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 또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 등의 규제를 충족해야 할 때, 공정거래법 상 자회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현물출자 포함)하거나 자회사 이외의 다른 회사를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로 편입하려 할 때, 또는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자회사 또는 다른 회사의 주주(들)로부터 당해 회사의 발행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기타금전 이외의 재산을 취득할 필요할 때는 당해 주식 또는 기타재산을 소유한 자(주주 또는 주주 외의 자)에게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독자편의를 위해 문구를 조금 수정했음에도 알쏭달쏭한 이 말을 쉽게 풀면 이렇다. “공정거래법의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에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바뀐 게 하나 더 있다. 신설된 정관에 따라 “지주사 전환에 따라 신주를 발행할 경우 발행할 주식의 종류와 수 및 발행가격 등을 이사회 결의로 정한다”는 거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이 정관이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조항”이라면서 “애초에 주식 발행 수는 전체 발행 주식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 제한을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들의 주주권 보호를 위해 기존 주주들의 보유주식 비율만큼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의 의결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정받을지 안 받을지는 주주의 결정에 달렸다. 그런데 오리온홀딩스의 바뀐 정관은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모든 결정을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 결의로 할 수 있어서다. 쉽게 말해, 오리온홀딩스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관을 만든 셈이다.

둘째, 정관을 변경한지 하루만인 9월 27일 오리온홀딩스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시총 주식 수(2055만849주)의 2배에 이르는 신주를 발행하고 약 1조원대의 현물출자(오리온 주식과의 교환)를 결정한 점이다. 이제는 기존 오리온홀딩스 주주뿐만 아니라 기업분할 이후 주식을 매입한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의 권리까지 침해받게 됐다. 이들은 기업분할 과정에서 오리온 주식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리온 주식이 없으면 오리온홀딩스 신주를 매입할 수 없다. 신주를 배정받지 못하면 역시 의결권이 침해당한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주식 투자는 투자자들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번 공개매수는 국내법(공정거래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것으로 주주권 침해와 무관하다”면서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이 신주를 매입하려면 오리온 주식을 장내에서 사서 교환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리온홀딩스도 마찬가지로 신주를 장내 매각하고, 오리온 주식을 장내 매수하면 그만이다. 같은 사안에 다른 잣대를 들이댈 이유가 없다.

셋째, 과도하게 떨어진 지주사의 주가다. 기업이 지주사와 계열사로 분리되면 지주사의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계열사는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지주사와 나누고, 지주사는 지주사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리온홀딩스 주식가치는 7월 7일 재상장 당시보다 떨어졌고, 오리온 주식가치는 되레 뛰었다. 격차도 재상장 당시 3배에서 정관이 변경되기 전인 9월 25일 기준으로 4.5배까지 벌어졌다.

특히 오리온홀딩스의 경우, 오리온의 매출이 오리온홀딩스 전체 매출의 94.7%(2016년 매출 기준)를 차지한다. 쇼박스와 스포츠토토의 매출은 5.3%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리온 주가 변동에 따라 오리온홀딩스의 주가가 연동되는 게 상식적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오리온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하면서 자사 주주들을 신주 배정에 배제한 것과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주식가치가 연동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면서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에 따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 이상한 유상증자는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 걸까. 의심되는 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이다. 이번에 오리온홀딩스 신주와 교환하는 오리온 주식은 1000만주다. 공교롭게도 담 회장의 오리온 주식 수가 575만8550주, 이 부회장의 주식 수가 507만462주, 합쳐서 1082만9012주다. 오리온 주주들 중에는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할 이들이 별로 없다.

반면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주사 체제 변경 과정에서 기업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두 사람의 주식 가운데 1000만주를 오리온홀딩스 주식으로 교환한다고 가정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오리온홀딩스 신주 4209만3236주를 그대로 취득, 기존 오리온홀딩스 주식 562만9285주까지 합치면 4772만2521주로 76.18%의 지분을 획득하게 된다. 오너 일가로선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많이 취득할수록 이득인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딸 담경선씨와 아들 담서원씨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0.53%씩 총 1.06%에 불과하다. 따라서 확실한 지배권은 향후 자녀들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교환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이 8.98%로 뚝 떨어져 실질적인 지배력이 약해진다. 두 사람이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더구나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거의 들이지 않고, 1조원의 지주사 주식을 가져갈 수 있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공매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물출자여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특정 주주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적법한 지주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 이상한 유상증자는 오는 13일 마무리된다. 의문의 문은 그때 열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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