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분기 수출 빨간불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을 달성했다. 성장을 이끈 건 이번에도 수출인데, 한국경제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수출 증가세가 꺾인다면 성장이 둔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봄 같은 4분기(10~12월)를 막는 한파의 징후들이 너무 많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4분기 수출 성적표를 전망했다.

▲ 우리나라의 4분기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경제가 지난 3분기 깜짝 성장을 달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GDP는 392조672억원으로 2분기 386조5824억원 대비 1.4% 성장했다. 2010년 2분기에 기록한 1.7% 이후 7년만의 최대치 성장률로 1% 미만의 성장을 전망했던 시장의 예상치를 보기 좋게 뒤엎었다.

이에 따라 7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GDP 성장률 전망치 3% 달성도 허무맹랑한 낙관론이 아닌 게 됐다. 4분기 GDP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3.1%를 기록하게 된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분기 국내 경제가 정체하더라도 연 3% 성장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4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 이상만 기록해도 연간 3% 성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3분기 GDP 성장세의 1등 공신은 단연 수출이다. GDP 지출별 항목 중 수출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6.1%로 ‘정부소비(2.3%)’ ‘건설투자(1.5%)’ ‘민간소비(0.7%) 등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행은 반도체·화학제품·자동차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 GDP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9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약 61조4300억원)으로 전년(408억 달러) 대비 35%나 증가했다. 월간 수출실적으로는 2011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에 최대치다. 그 결과, 3분기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에 달했다.

문제는 3분기 경제 성장세를 이끈 수출이 4분기에도 힘을 낼 수 있느냐다. 9월 사상 최대 수출실적이 밀어내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윤달의 영향으로 9월이었던 추석연휴가 10월로 늦춰지면서 조업일수는 2.5일 늘어났다. 게다가 기업이 긴 연휴를 앞두고 통관을 앞당기면서 10월에 수출해야 할 물량을 미리 수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폭을 살펴보면 철강(107.2%), 반도체(70%), 석유화학(41.5%), 선박(38.7%) 등 대부분의 수출 품목이 큰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철강의 수출 증가율은 8월 13.5%에서 9월 107.2%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9월 수출 증가율을 추석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와 10월초 장기연휴에 대비한 조기 통관의 영향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수출 증가세 이어질 수 있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은 ‘4분기 수출 증가세의 둔화를 피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코트라가 발표한 4분기 수출선행지수는 59.7(50 이상이면 낙관)로 3분기 63.9 대비 4.2포인트 하락했다. 김건숙 코트라 무역동향분석팀 전문위원은 “전체적인 수출 호조세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3분기까지 수출 증가율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만큼 증가폭은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도 4분기 수출 경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협회는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를 통해 4분기 EBSI가 100.3(100 이상이면 수출 개선)을 기록, 3분기 116.6보다 16.3 떨어진 수치다. 10월 수출 증가율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산통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 증가율은 전월 35%에서 10월 7.1% 크게 떨어졌다.

거세지는 통상마찰도 수출을 가로막는 벽이다. 다행히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문제는 한 고비를 넘겼다. 10월 31일 한·중 양국이 교류협력을 정상화하는데 합의하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슈는 여전히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한미FTA 재협상,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사진=뉴시스]
최근엔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자산축소 결정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건우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결정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동성 감소의 영향이 신흥국에 영향을 줄 경우 우리나라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께름칙한 요소다. 반도체가 수출 성장세를 홀로 주도하고 있어서다.

이주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와 내년까지는 반도체 시장 호황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4분기에도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2019년 이후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의 둔화”라며 “국내 업체는 설비투자와 중국의 반도체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면 공급과잉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만 믿고 있다는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가 다시 꼬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부) 교수는 “GDP성장률을 견인한 수출에 비해 다른 부문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민간 경제주체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특정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대외 경기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엿볼 수 있다”며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함께 수출의 성과가 국내 소비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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