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양평점 최저가 선언 그 이후

지난 4월 롯데마트는 유통업계의 최대 격전지 서울 서남권에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단독매장으로선 12년 만에 양평점을 세운 것이다. 코스트코, 홈플러스, 이마트 등 유통업체 10여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롯데마트는 ‘최저가 정책’을 선언했다. 코스트코보다 1원이라도 싸게 팔겠다고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후 4개월, 이 최저가 정책은 어떻게 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롯데마트 양평점을 취재했다.
▲ 롯데마트 양평점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생필품 최저가 정책’을 폈다.[사진=천막사진관]
서울 영등포구 일대는 유통 격전지라고 불린다. 코스트코, 홈플러스, 빅마켓, 이마트 등 유통업체 10여개가 반경 3㎞ 내에 몰려 있어서다. 지난 4월엔 롯데마트(양평점)까지 이 싸움에 가세했다. 롯데마트 양평점은 코스트코 양평점과 블록 하나를 사이에 두고 120m 떨어져 있다. 롯데마트가 꺼내든 카드는 흥미롭게도 ‘가격전쟁’이었다. 

“코스트코 한판 붙자!” 지난 6월 26일 흥미로운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롯데마트가 코스트코와의 ‘가격 전쟁’을 선포한 거다. 롯데마트는 양평점(서울 영등포구)에 한해서 생필품 등 30여종을 코스트코 양평점 대비 최저가(상시)로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라면ㆍ통조림ㆍ세제ㆍ제철과일ㆍ채소 등은 코스트코 양평점보다 ‘1원’이라도 싸게 팔겠다는 취지였다.

단 계절별로 종류가 바뀌고 매주 시세가 달라지는 신선식품은 3주 단위, 수급과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은 가공식품ㆍ생활용품은 3~6개월 단위로 최저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코스트코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춰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거다. 

시장은 롯데마트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롯데마트가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보다 가격경쟁력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롯데마트는 ‘최저가’를 선언했고, 실제 가격도 코스트코보다 저렴했다. 

‘최저가’ 홍보를 시작하던 6월 23일 신라면의 판매 가격은 개당 565원으로 코스트코(570원)보다 쌌다. 스팸도 10g당 93원으로 코스트코(94원)보다 저렴했다. 신선식품인 체리의 가격은 10g당 4원 이상, 수박은 1㎏당 234~299원 낮았다. 특히 수박의 경우 가락시장 6월 평균 도매 가격보다 38%가량 낮게 판매했다. 알뜰하고 꼼꼼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가격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다. 롯데마트 양평점에서 만난 주부 연보라(가명ㆍ32세)씨는 “창고형 할인점이 저렴하긴 하지만 물건은 대형마트가 더 다양하다”면서 “코스트코보다 저렴하게 파는 상품도 있다기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슬그머니 올린 가격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0월 30일 최저가는 온데간데없었다. 상시 최저가로 판매한다던 신라면과 스팸 가격은 슬그머니 올라 있었다. 신라면의 개당 판매가격은 676원으로 코스트코(570원) 대비 100원 이상 비쌌고, 스팸은 10g당 134원으로 코스트코(97원) 대비 37원 비쌌다. 스팸 한캔(340g)으로 따지면 1258원 더 비싼 셈이다. 
 
약 30개에 이른다고 홍보했던 최저가 상품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코스트코 대비 최저가로 판매하는 상품이 무엇이냐”고 묻자 “카테고리별로 담당 MD가 관리하고 있어서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초 홍보했던 대로 ‘양평점 단독 특별가격’이라는 게시물이 곳곳에 걸려 있었지만, 양평점에서만 할인하는 상품이 아니었다. 다수의 지점에서 공통적으로 할인하는 ‘롯데 38주년 특별상품’ ‘모바일쿠폰 할인상품’ 안내물이었다. 
 
‘최저가’는 어디로 갔을까. 왜 고객도 직원도 모르는 깜깜이가 됐을까.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은 다소 황당하다. “고객들에게 가격적 메리트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오전 30여종의 경쟁사 가격을 조사하고, 조금이라도 낮거나 최소한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 하지만 할인품목을 모두 밝히면 경쟁사와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어 품목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를 위한 할인행사인데 소비자도 모르는 할인행사가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애초부터 최저가를 실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최저가 경쟁이 한창이던 7년 전엔 너도 나도 가격을 낮추는 바람에, 하루에 가격표를 10번 이상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업체별 제품 가격은 시시때때로 바뀐다. 경쟁업체의 가격 정책을 미리 알 수도 없다. 바뀐 최저가를 소비자에게 매번 알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최저가 마케팅’이 소비자 기만술이라는 혹평을 받는 이유다. 
 
▲ ‘최저가’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과) 교수는 “최저가라는 단어를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다. “업체 입장에서는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을 최저가로 유지하기가 어렵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저가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어도, 소비자가 최저가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구매 기회를 주는 진정성있는 최저가를 지향할 때다.” 

최저가 마케팅도 진정성 있게 …


김경자 가톨릭대(소비자학) 교수도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 “소비자들이 여러 제품의 특징을 비교하는 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동일 제품이라고 해도 모델이 다르고 제조국가가 다르고 제조일자가 다르지 않은가. 이런 점을 악용해 최저가를 만들어내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롯데마트 양평점은 소비자를 혹하게 하는 최저가 마케팅의 효과를 누렸을까. 오픈 이후 현재까지(4월 27일~10월 29일) 양평점의 평균 매출액은 전 지점 평균 매출액보다 18.2% 높다. 평균 고객수도 7.9% 많다. 최저가 마케팅의 달콤한 효과를 어느 정도 봤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갈수록 영민해지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마케팅 수단은 언젠가 부메랑을 맞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최저가 마케팅의 숨은 덫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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