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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이동형 충전시설’에 있다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전기차 대국으로 가는 길
[263호] 2017년 11월 10일 (금) 11:25:50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부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다양한 정책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공 전기차 충전기 설치다. 문제는 공공 충전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 지역 거점에 아무리 충전기가 많아도 긴 충전시간을 떠올리면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전기 숫자만 늘린다고 전기차 대국이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 전기차 충전기를 늘리는 데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이 전기차 개발 플랜을 구체화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전기차 시대가 열릴 듯하다. 우리 정부도 비슷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구호만 있을 뿐 선진국보다 발전이 크게 늦다. 가장 시급한 게 부족한 충전시설을 만드는 거다. 전기차를 구입하더라도 방전이 될까 무서워 도로를 다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공공 충전시설은 급속과 완속을 포함해 2700기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전기차가 유행처럼 성장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다행인 건 정부가 내년까지 공공 급속 충전기 2000기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물론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충전시설을 늘리는 데에도 치밀한 전략과 고민이 필요해서다.

‘공공 충전기’에 집중하는 정부의 충전기 보급 정책은 부작용이 많다. 민간 기업이 개입할 시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공공 충전기 염가 낙찰 사례’다. 정부가 숫자에만 집착해 공급하다보니 기업들끼리의 출혈 경쟁이 발생했다. 급속충전기는 한 대당 최소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최근에는 1300만원 수준에서 낙찰이 됐다. 이럴수록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의 초점이 가격에만 맞춰질 수 있어서다. 염가에 낙찰된 충전기가 나중에 품질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충전기 설치 전략의 중심을 잡을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인프라 문제는 지자체도 나서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2만2000기의 공공 충전기를 운영하면서도 충전기에 고장이 나는 일이 적다. 공용 시설, 민간 시설의 구분 없이 정부가 실시간으로 일괄 관리를 하고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충전기 설치 전략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먼저 전기차 충전의 본질을 떠올려보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다르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데에는 5분도 안 걸린다. 하지만 급속충전기로 방전된 전기차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에는 30분가량이 걸린다. 완속충전기는 완전 방전에서 충전까지 통상 4〜5시간이 걸린다.

내연기관차의 충전 방식과 비교할 게 아니다. 오히려 휴대전화와 비교하는 게 낫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보통 저녁에 집에 가서 충전을 하고 아침에 들고 나온다. ‘심야형 충전방식’이다.

전기차도 이런 충전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 에너지 효율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주간 전기에너지보다 심야 전기에너지가 훨씬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력예비율 부족 등 다양한 전기에너지 이슈가 있다. 전기차가 확산되면 이런 문제는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심야형 충전이 확산될 수 있게끔 정부의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이 필요하다.

물론 심야충전이 쉬운 건 아니다. 특히 도심 인구의 7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이들은 대부분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공간을 개인이 독점할 수 없다. 해결방법은 있다. ‘이동용 충전시설’이다. 공용주차장 벽에 있는 콘센트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시장에 이미 일부 도입됐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무선인식시스템(RFID)’ 기술을 활용한 이동용 충전시설이다. 계량기가 달린 전용 충전 코드를 전자태그가 부착된 주차장 콘센트에 꽂으면 충전이 되고 차주에게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정부와 산업이 협력한다면 이런 충전시설은 크게 늘릴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정부가 숫자를 늘리고 있는 공공 급속충전기도 ‘비상충전’의 역할을 더 강조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전기차가 늘어난 가까운 미래, 하나의 충전기에 여러 차가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숫자가 불어날 게 뻔한 전기차의 필수 요소인 충전기 설치 전략에도 올바른 정책 방향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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