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보다폰 IoT 한국 지사장

2013년 12%→2017년 29%. 사물인터넷(IoT)를 도입한 글로벌 기업의 비율 추이다. 4년새 두 배 넘게 늘었다. 그사이 우리나라 기업들도 IoT 전용 통신망을 깔고, 여러 제품에 IoT를 적용하고 있다. 언뜻 글로벌 트렌드를 좇는 것 같지만 이상헌 보다폰 IoT 한국 지사장의 눈에 비치는 모습은 다르다. “그건 구닥다리다.” 이 쓴소리가 의미하는 건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상헌 보다폰 IoT 한국 지사장을 만났다.

▲ 이상헌 지사장은 “확실한 건 IoT가 인간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우리나라 기업들은 하드웨어에만 집중한다.” 1년 전 이 지사장의 지적이다. 지금은 어떤가.
“나아지긴 했다. 확실히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방식이 구닥다리다. 유행이 한참 지났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작은 기술에만 집중한다. 가령, 우리나라 기업이 통신망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치자. 사용 방법도 신통하고, 품질도 혁신적이다. 그런데 이 제품을 들고 외국에 나갈 경우, 각 회사들이 데이터를 직접 보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중에는 IoT 통합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없어서다.”

✚ TV 리모컨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호환되지 않는다. 이들이 과연 IoT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동참할까.
“국내 기업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언을 한다면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IoT란 용어에 익숙해졌다.
“지난해보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인 게 주효했다.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IoT가 적용된 가전제품이 이슈가 됐다.”

✚ 어떤 점에서 달라진 건가.
“사실 이런 제품들이 전에 없던 기술로 느닷없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센서,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은 기존에 있던 기술이다. 맞물려 발전한 거다. IoT의 발전방향이 그렇다. 시장 니즈에 따라 연계된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너지를 낸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것들이 가능해지면, 우리가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느끼게 된다.”

✚ 특히 체감하는 분야가 있다면.
“가령 기존 통신망으로는 IoT 원격 수도검침이 쉽지 않았다. 센서를 설치하고 비싼 통신요금을 내면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게 효율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전력 장거리 통신(LPWA)’이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LPWA는 낮은 전력소모와 장거리 커버리지가 특징이다. 앞으로도 IoT 특성에 맞는 다양한 네트워크 기술이 등장할 거다. 물론 체감은 꼭 기술의 발전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느낀다.”

국내 IoT 사업 여전히 잰걸음

✚ 어떤 대화인가.
“1년 전에는 ‘데이터를 어떻게 뽑아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지금은 ‘뽑아낸 데이터의 신뢰도를 어떻게 장담하는가’로 옮겨졌다. IoT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 그 리스크 중 하나가 경제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다는 거다. 일자리 부족, 양극화 등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은데.
“4차 산업혁명의 대부로 꼽히는 헤닝 카거만은 2030년 약 20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7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봤다. 동의한다. 인간의 역할이 변할 순 있지만, 사라지진 않을 거다.”

✚ 어떤 점에서 동의하나.
“일자리 감소가 가장 우려되는 분야 중 하나가 제조업 아닌가. 그런데 최근 스마트공장의 이슈는 협동로봇이다. 작업장에서 사람의 일거리를 덜어주되 로봇 작업반경내 출입을 금하는 등 별도의 로봇구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한 형태의 로봇이다. 로봇 작업 중 사람이 일정거리 근처에 진입하면 작업을 중단하고 멈추도록 설계됐다. 앞으로도 사람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고 기술만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상헌 지사장이 IoT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다폰은 매출 기준 글로벌 1위 이동통신사다. 다만 이 지사장이 이끄는 보다폰 한국 영업소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인다. 이때 솔루션이 IoT다.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한 IoT 솔루션을 공유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해외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 글로벌 기업의 경우,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IoT를 활용 중인데.
“IoT를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IoT인지 모르는 기업도 많다.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우리 곁에 꽤 가까이 있다는 거다.”

✚ 많은 기업들이 IoT를 활용해 이익을 내고 있다. 어떤 방법인가.
“무궁무진하다. 작게는 습도를 체크해 물주는 시기를 알려주는 스마트화분을 파는 것에서부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결합된 IoT 플랫폼을 파는 것까지 모두 IoT 영역이다. 제조라인에 IoT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높아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무인양품 가게에 들어서면 고객의 취향과 방문 지점의 재고량, 매출 규모 등을 데이터로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맞춤형 할인 쿠폰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신기한 매장이 있는데, 고객들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 ‘스마트폰 혁명’처럼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응용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삶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는 응용을 위해서는 해결할 문제가 많다. 기술이 생겨야 하고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당장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100% 완성된 무인차를 우리나라에 들여와도, 그 차는 한바퀴도 전진할 수 없다.”

IoT 과연 혁명일까

✚ IoT 시장 동향에는 글로벌 기업만 등장한다. 중소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나.
“어렵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데이터와 센서, 응용 기술 등은 여러 세대를 거쳐 집약된 기술이다. 시장은 안전한 IoT 솔루션을 원한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 안타까운 얘기다.
“물론 이건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보다폰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에 한정된 거다. 앞으로 어떤 혁신이 일어날지는 예상할 수 없다. IoT를 기막히게 활용해 시장을 뒤엎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 중 한곳이었으면 좋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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