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배달 음식을 전달하는 사람 중엔 나이가 어린 이가 많다. 사고도 그만큼 많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추석 연휴의 시작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9월 22일 전철 3호선 삼송역 사거리. 필자는 충격적인 사고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 음식을 배달하고 돌아가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좌회전하는 순간 직진을 하는 시내버스와 정면 충돌한 것이다. 오토바이는 버스의 앞바퀴에 낀 채 끌려가며 박살이 났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순식간에 한 생명이 파란천을 덮고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고단한 몸을 뉘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이혼한 부모와 따로 사는 18살 청년이라는 안타까움이 들려온다. 한쪽 다리에 장애를 안은 채 인근에서 중식을 배달하던 청년이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잠시 후 그의 친구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도착했는데 모두 배달통을 달고 있는 오토바이를 갖고 있다. 파란천 밑으로 보이는 흥건한 피가 무서운지 그의 동료들은 친구에게 가까이 가지 못한 채 나지막하게 흐느낀다. 
 
이를 지켜보는 필자의 눈에도 안타까움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왜 이런 비극이 끊이질 않는 걸까. 오토바이와 그로 인한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중 20대 이하의 사망률은 무려 25%에 육박한다. 특히 오토바이 사고 중 요식업 종사자들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음식 배달 중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라 할 수 있다. 
 
나홀로족의 증가 및 생활습관 변화로 인한 야식 문화 추세, 스마트폰 배달앱 확산 등 다양한 원인 탓에 배달 음식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배달원들 대부분이 연령이 낮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회 경험을 일찍 시작한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무리 비용을 지급한들 우리의 조카 또는 아들뻘들이 배달한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먹을 때 진심으로 이들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쌍둥이를 키우는 필자 역시 집에서 식사 준비가 여의치 않은 날은 음식을 배달시키곤 한다. 배달 음식의 특성상 기상이 나쁘거나 밤에 축구 경기라도 하는 날은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난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자정이 임박해도 그들은 묵묵히 음식을 나른다.
 
배달이 늦으면 그들 목소리는 죄를 지은 듯 미안함이 잔뜩 묻어난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좀 늦게 먹어도 큰 문제 없습니다.” 솜털이 보송한 어린 배달원에게 음식이 식어도 좋으니 천천히 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내가 고마워하면 그들도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면 역시 미안해한다. 그 순수하고 여린 친구들을 단지 음식이 늦었다는 이유로 타박하거나 멸시하면 되겠는가. 
 
음식이 식기 전 배달하겠다는 기업의 마케팅 역시 그들의 과속을 부추긴 계기가 됐다. 우리는 그들의 노고 덕에 편히 앉아 먹을 뿐인데 그깟 음식 좀 식으면 어떤가. 괜찮다며 격려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연간 50~60명에 달하는 오토바이 배달 사고의 희생자를 줄일 수 있다. 삼송 사고 희생자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전한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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