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꿈틀 빚가구 냉가슴

▲ 시장에서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완연한 회복세다. 한국경제가 지난 3분기 1.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 안팎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득해진 이유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위험가구가 2만5000가구 증가한다는 한은의 경고를 새겨볼 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리상승기 두가지 리스크를 살펴봤다.

# 직장인 정영민(가명ㆍ34)씨는 지난 10월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올 3월 아내가 출산한 이후 외벌이를 하면서 부족해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몇달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생활비 메웠지만 늘어만 가는 카드값을 상환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 정씨의 연봉은 3200만원가량. 정씨는 우선 1000만원(최대한도 19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연이율 3.53%로 개설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너스 인출 금액을 최대한도로 설정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됐다. 마이너스통장에 적용된 금리가 연 3.69% 한달 전에 비해 0.16%포인트나 올라갔기 때문이다. 정씨는 어차피 돈을 빌려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낮은 이율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 직장인 최민섭(가명ㆍ46)씨는 요즘 금리 인상 가능성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다. 최씨는 2014년 11월 서울 강동구에 전용면적 59㎡(약 18평)의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70% 수준을 웃도는 이른바 ‘미친 전셋값’ 대란이 계속되자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장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3억5000만원 중 1억8000만원을 연이율 3.26%(3년 거치식 20년 상환)로 빌렸다. 문제는 거치기간이 끝난 지난 10월에 발생했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월 49만원에서 월 115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 최씨는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저금리 시대가 끝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사상 최저치를 유지해 온 기준금리가 인상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달성이 확실시되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들썩이는 시중금리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은은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저성장ㆍ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한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시중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금리는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2.71%였던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0월 3.09%로 0.3%포인트 올랐다. 이밖에도 신한은행 0.19%포인트(3.94 %→4.13%), KEB하나은행 0.18%포인트(4.35%→4.53%), 우리은행 0.13%포인트(3.75%→3.88%) 등의 순으로 상승했다.

시장은 이제 금리인상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한은이 6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부채 위험가구는 126만3000가구, 부채는 186조7000억원에 달했다.

고위험가구는 같은 기간 29만7000가구에서 31만5000가구로 1만8000가구나 증가했다. 위험가구는 부채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가구다. 고위험가구는 연소득의 4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금융ㆍ실물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가구를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금리인상이 위험가구의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대출금리가 0.5%에서 1% 또는 1.5%로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가 8000가구에서 각각 2만5000가구, 6만 가구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위험가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인상 이후 주목해야 할 둘째 변화는 ‘투자환경’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의 수혜를 봤던 주식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강도에 따라 주식시장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에 따른 것이라면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와 비슷하거나 웃돌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보수적 접근 필요

금리인상에 따른 조정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기림 리치빌재무컨설팅 대표는 “금리인상에 따른 주식시장의 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는 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동성 축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나 신흥국 주식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국내 투자보다는 성장을 주도하는 선진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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