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 결과 보니…

11월 15일 드러난 유상증자 결과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오너 일가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한 셈이다. 오리온 측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 일가가 득을 본 건 사실이지만 합법적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오리온의 이상한 유상증자를 다시 한번 해부했다.

▲ 오리온홀딩스는 유상증자의 목적을 “지주사 전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했다.[사진=뉴시스]

지난 9월 26일.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던 오리온홀딩스는 이례적으로 정관을 바꿨다. 오리온홀딩스의 신주 발행 가능 수량이 ‘총 발행주식 수의 30% 이내’로 제한돼 있던 것을 ‘무제한’으로 바꾸는 정관이었다. 오리온 측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이 정관을 통해 늘어날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반면 소액주주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튿날인 9월 27일 오리온홀딩스는 발행주식 총수의 두배가 넘는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해 오리온 주식 1000만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리온 주주만 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였다. 신주 발행 수량은 4209만3236주, 현금 가치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유상증자의 미래를 이렇게 결론 내렸다(더스쿠프 통권 262호 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의 의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홀딩스의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들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 1082만9012주(자녀 지분 제외)를 모두 오리온홀딩스 주식과 교환한다면 이들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은 최대 76.18%까지 올라갈 것이다.”

오리온 측은 반론을 강하게 폈다. “시장에서 공개매수하는 방식이다. 어떤 예측을 할 수 있겠는가. 오리온홀딩스 주식을 갖겠다는 주주가 많지 않으면 지주사 요건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주주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고 지주사 요건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딱히 득을 보는 사람도 손해를 보는 이도 없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15일, 유상증자 결과가 나왔다. 공시된 오리온홀딩스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담 회장의 오리온홀딩스 주식 수는 기존 263만5797주(12.83%)에서 1799만8615주(28.73%)로, 이 부회장의 주식 수는 299만3488주(14.57%)에서 2044만1121주(32.63%)로 껑충 뛰었다. 합하면 61.36%에 이른다. 담 회장 자녀들 지분도 총 2.44%로 늘었다. 이로써 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63.8%가 됐다. 당초 예상보다 12.38%포인트 낮았지만 돈 한푼 들이지 않은 오너들의 지배력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에서 이뤄진 지배력 강화”라면서 “법적 절차를 어긴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니까 아예 지주사 전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단순한 지주사 요건 충족이든 그룹 오너의 지배력 강화든 유상증자 이벤트 과정에서 누군가는 득을 봤고, 누군가는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봤을까를 분석해보면,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나타난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이득을 본 건 각자 목적을 달성한 담 회장 일가(그룹 지배력 강화)와 오리온홀딩스(지주사 요건 충족)다. 반면 손해를 본 이들은 오리온 주식이 없는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에서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을 신주인수권을 박탈당했다. 당연히 지분율이 떨어지면서 의결권도 줄었다. 명백한 주주권리 침해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까지도 “이번 이벤트를 통해 대주주가 무조건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고, 오리온홀딩스든 오리온이든 일반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결과를 놓고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말을 바꿨다. 결과가 나온 후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지배력 강화로 득을 봤고, 오리온 주식이 없는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의 의결권이 약해져 손해를 본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박도 문제지만, 진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인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첫째, 지금과 같은 대규모 신주 발행이 필요했느냐다.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경영진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3년을 준비했다. 오리온 주식을 직접 매입할 자금은 없었고, 시장을 통한 주식매매는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교환방식을 택했다. 다시 말해 대규모 신주 발행과 주식교환방식 유상증자 전략이 올해 7월(오리온그룹이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분할 재상장 된 때) 이후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대규모 신주 발행이 미칠 여파를 고려했다면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을 분할 상장하자마자 신주를 발행하고 주식교환에 나서야 했다. 그래야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할 재상장 후 석달이 지난 후에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둘째, 더구나 분할 재상장 초기에 주식교환을 했다면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주식을 최대 2대 1의 수준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오리온홀딩스로서는 지금보다 신주를 훨씬 적게 발행해도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기를 늦춘 탓에 결국 4.2대 1이라는 교환비율에 따라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하게 됐고, 발행주식 총수의 2배를 넘는 대규모 신주까지 발행했다. 역시 일반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의 지분율 하락, 즉 주주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거다. 반면 대주주는 지주사 주식 수를 확 늘렸다.

셋째, 분할 재상장 이후 약 두달 만에 이유 없이 오리온홀딩스 주가는 오리온 주가의 4분의 1로 확 줄어든다. 오리온그룹 전체 매출의 94.7%(2016년 기준)를 오리온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오리온홀딩스 주가가 오리온 주가에 연동돼야 하지만 따로 놀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오리온홀딩스는 신주를 더 많이 발행해야 하고, 이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넷째, 애초 오리온홀딩스는 대규모 신주를 발행할 명분도 없었다. 정관상 발행주식 총수의 30%까지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리온홀딩스는 9월 26일 이 제한을 풀어 무제한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참고 : 오리온홀딩스 측은 주주총회를 통해 통과됐다는 걸 강조하지만, 공시된 내용으로만 보면 바뀐 정관이 30%의 제한을 푸는 용도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정관까지 바꾸면서까지 대규모 신주 발행해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다섯째, 상장계열사 지분 20%를 취득하라는 지주사 요건을 맞추려는 거였다면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주식을 300만주 정도만 취득하면 된다. 이미 12.08%의 자사주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30%로 요건 기준이 오를 것을 예상한다고 해도 약 700만주면 된다. 굳이 오리온 주식을 1000만주씩 교환할 필요도 없었다는 얘기다.

이 다섯가지 논거를 살펴보면 “오로지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오리온홀딩스 측의 해명은 유리병처럼 깨진다. 반대로 담 회장 일가를 위한 유상증자였다는 관점에서 보면 ‘잘 짜인 시나리오’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관점이 이상하다”고 쏘아붙였다. 어떤가. 정말 그런가.

유정훈 IBS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정황만 갖고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들지만, 오리온홀딩스는 정관 변경 내용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정확하게 공시하지 않은 이유와 기업 분할 재상장 이후 주가가 판이하게 갈라진 이유를 제대로 소명해야 할 것 같다”면서 “만약 그 이유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금융감독원이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일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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