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유커 찾는 유통업계

사드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면서 유통업계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한국을 다시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다렸다는 듯 면세점•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유커 모시기’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유커 의존도를 이젠 낮춰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유통업계가 또 유커에 취했다. 
▲ 한중 관계가 해빙모드에 접어들면서 유통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유통업계가 다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갈등이 봉합되면서 지난 3월 이후 끊겼던 유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ㆍ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여행 시장이 정상화되는 데는 한두달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 관광객 매출액 감소폭이 점차 완화하고 있다”면서 “단체관광객은 별 차이가 없어도 개별관광객 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11월 유커 관련 일평균 매출액이 10월 대비 20%가량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7월(-17%ㆍ전월 대비)을 기점으로 유커 매출액 감소폭이 줄고 있다. 유커 탓에 울상이던 유통업체들이 유커 덕에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거다. 
 
그럴만도 하다. 유커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커가 한국에서 지출하는 쇼핑경비는 최근 6년간 연평균 56% 증가했다. 2016년에는 12조8000억원에 달했는데, 전체 여행경비의 7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유커가 한국에 방문하는 주요 목적이 쇼핑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돌아오는 유커 반겨야 하나
 
하지만 ‘돌아오는 유커’를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유커는 ‘리스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추를 돌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근ㆍMers) 사태 때로 돌아가보자. 메르스 여파로 2015년 5월 61만8000명이던 중국인 입국자수는 두달 만인 7월 반토막(7월ㆍ26만5000명)이 났다. 중국인의 방한訪韓 시장 규모도 같은 시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국내 대형유통업체 대표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날아간 이유였다. 롯데면세점ㆍ롯데호텔ㆍ롯데월드어드벤처 등 3사 대표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2015 롯데 트래블 마켓 차이나’에 참석해 한국 방문을 호소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중국 상하이에서 ‘삼성 관광사업 브랜드 설명회’를 열고 유커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이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지금이야말로 유커에 편중된 유통시장을 바꿀 수 있는 적기”라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지적은 유통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덴 성공했지만 봄처럼 빨리 사라졌다.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책으로 연결되기도 전에 메르스가 종식되면서 유커가 다시 물밀듯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후 꾸준히 증가한 유커는 2016년 7월 91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사드 갈등이 한창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 안팎에선 ‘포스트 차이나’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사드 갈등이 해소되면서 유커가 다시 찾아오는 기미가 보이자 어느샌가 ‘유커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메르스 때와 뭐가 다른가. 유통업계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 
 
김철원 경희대(호텔관광학) 교수는 “양정성장을 넘어서 질적성장을 이뤄야 한다”면서 “유커가 돌아오더라도 시장 다변화 기조를 이어가 구매력있는 여러 국가 관광객을 불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커가 돌아왔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를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또 유커에 취하고 말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1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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