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싱글 직장인의 재무설계

돈을 모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쉬운 건 아니다. 지출을 줄이려면 내가 어디에 어떻게 소비를 하는지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개그맨 김생민 같은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출금액을 정해야 한다. 그러면 또다른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지출을 지출로 막을 수 있다는 거다.

▲ 지출 항목을 구분하지 않은 소비는 과도한 지출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충남 당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박주희(29)씨의 삶의 목표는 안정된 노후였다. 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관두고 2년 가까이 준비해 공기업에 재취업했다.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이 안정적이고 든든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향이 대전인 박씨는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형 사택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능숙하진 않지만 나름 노후에 초점을 맞춰 재테크를 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자마자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올해 4월부터는 월 50만원의 적금도 붓고 있다. 박씨는 자발적으로 결혼을 포기한 이른바 ‘비혼족’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결혼 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지인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여유다. 이런 박씨의 재무설계 목표 1순위는 혼자 살 수 있는 내집 마련이다. 그리고 2순위는 65세 이후의 노후 자금마련이다. 문제는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의 월 소득은 200만원(실수령액 기준). 혼자 사는 여성이 쓰기에는 적지 않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지출이 너무 많다. 박씨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따로 용돈을 따로 쓰지도 않는데 항상 돈이 없다”고 푸념을 하지만 일일이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재무설계는 박씨의 지출패턴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했다. 싱글여성의 가계부는 대부분 지출에서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Q1지출구조

 

박씨는 월 소득은 200만원이다. 소득에 비해 지출이 크다. 소비성 지출이 104만원에 달한다. 박씨의 가계부를 살펴보면, 사택 관리비와 세금으로 7만원, 인터넷ㆍ통신비와 교통비로 각각 12만원, 10만원, 식비로 35만원을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은 수준이다. 문제는 비정기지출이다. 박씨는 명절 비용 40만원, 의류ㆍ미용 200만원, 경조사비 30만원, 휴가비 100만원, 기타비용 110만원 등 연 480만원을 사용한다. 월로 따지면 40만원꼴이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105만원을 쓴다. 보장성 보험료로 14만원, 노후를 준비를 위해 입사 직후 가입한 종신보험으로 31만원을 지출한다. 내집 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저축에는 10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목돈을 만들기 위한 지출은 지난 4월에 가입한 1년 만기 적금(연이율 1.8%) 50만원이 유일하다. 이렇게 박씨는 매월 209만원을 소비해 9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Q2문제점

 

박씨는 사회초년생이 범하기 쉬운 실수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모자란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소비하고 있다. 박씨는 소득보다 9만원 많은 지출을 쓰고 있었지만 신용카드가 연체된 적이 없어서 재정상태가 ‘마이너스’인 줄 몰랐다. 무엇보다 비정기지출이 문제였다. 그때그때 필요한 지출을 신용카드로 해결한 탓에 재정이 나빠졌다. 이에 따라 비정기지출 규모를 가장 먼저 줄였다. 내집 마련, 노후 준비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했고, 그 첫번째 대상을 비정기지출로 잡았다.

보험도 손을 봤다. 박씨가 가입한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 중 2만원을 만기시 돌려받을 수 있는 적립보험료로 납부하고 있었다. 종신보험도 마찬가지다. 박씨가 가입한 상품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높은 상품으로 노후자금 준비에는 맞지 않았다. 적립금이 적어 연금전환 시 금액이 연금저축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Q3개선점

 

우선 통신비를 6만원으로 줄였다.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20만원으로 절반 이상 축소했다. 보험도 정리했다. 보장성보험의 적립보험료 2만원을 제외했다. 노후준비에 적합하지 않은 종신보험은 해지했다. 가입 1년 동안 납입한 돈이 아까운 건 사실이지만 남은 19년을 납입하는 것보단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후는 펀드형 연금저축(월 30만원)을 통해 준비할 예정이다.

적금으로 모은 300만원은 비정기지출 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이용해 남은 비정기 지출도 저축으로 돌릴 것이다. 남은 여유자금 20만원을 용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출금액을 설정해 놓으면 무분별한 지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지출로 지출을 잡을 수 있다는 거다.
권희철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gonygo3@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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