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역발상과 겸손, 투자는 세일러처럼…
[윤영걸의 有口有言] 역발상과 겸손, 투자는 세일러처럼…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64
  • 승인 2017.11.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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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지혜
▲ 격변의 시기일수록 어설픈 지식에 기대 투자해선 안된다. 사진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사진=뉴시스]
한강 철새는 아무데로나 오지 않는다. 주로 밤섬에 몰린다. 시장도 비슷하다. 되는 곳만 된다. ‘양극화’와 ‘차별화’라는 두 단어는 투자의 세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최고의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강남 아파트의 공통점은 아무도 이 정도까지 오를 줄 몰랐다는 거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후발주자였고, 20년 전 강남아파트는 강북 집값과 엇비슷했다.
 
1990년대 말 삼성전자 주식값이 3만원대로 밀리자 증권 애널리스트 사이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서자 당시 삼성증권 사장이 직접 나서서 거품이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족집게로 소문난 어느 투자그룹 회장은 언론사 증권데스크인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삼성전자 팔고 벤처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금은 30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경쟁사인 LG전자 주가가 9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간격이 벌어진 셈이다. 강남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는 미분양이어서 직원들에게 강제로 할당까지 할 정도였다. 불과 20년 전 얘기다.
 
노후를 대비하는 투자로 주식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 채권ㆍ은행예금과 달리 주식투자는 수익이 재투자되면서 복리효과를 창출한다. 그러나 주위에는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별로 없고, 원금을 날리고 파산 지경에 이른 사람이 부지기수다. 왜 그럴까. 한마다로 오만한 탓이다. 한번의 성공으로 우쭐해지면 시장을 우습게 본다. 특히 팔랑개비같이 얇은 귀가 문제다. 시장에는 얼치기 전문가들이 난무한다. 이들은 자신의 실적이 중요할 뿐 투자자의 호주머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따라하는 건 어떨까. 행동경제학자인 세일러 교수가 경영하는 자산운용사의 실적은 1998년 말 펀드설정 이후 838.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0년 성과 기준으로 펀드 순위 상위 1% 안에 들어갔고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그의 성공비결은 역발상과 겸손, 두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에 주목하는 행동경제학은 시장이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시장에서 종종 거품이나 바겐세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심리와 거꾸로 가는 역발상 투자를 노린다. 깜짝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투자자들이 밋밋한 반응을 보이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추가로 주식을 사들인다. 반면 내부자의 주식매수나 자사주 매입공시 등 호재에 시장이 열광하면 그 회사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세일러 교수는 개별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시장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다. 심지어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그 회사 주식을 사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손절매(손실확대를 막는 매도)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과거에 산 가격으로 보유주식을 다시 살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우량주식이라도 과감하게 팔아야 한다는 소신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아졌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법이다. 호황국면에 마른침만 삼키다가 상승세가 꺾이면 고통을 함께 겪는 게 개인투자자의 처지다. 
 
개인은 직접투자로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힘들다. 그렇다고 겉만 번지르르한 수수료 높은 펀드를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연 3% 수수료를 떼는 펀드라면 30년 장기투자 후에는 수수료만으로도 투자원금은 제로에 가깝게 되니 세상에 이런 폭리는 없다. 결국 공금리 이상의 배당을 꾸준히 해주는 채권 같은 우량주식에 직접 투자하든지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를 권하고 싶다.
 
나무는 하늘에 닿을 때까지 자라지 않는 법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낙관적 기류가 흐르는 시기에는 때때로 자신의 논리를 뒤집어야 한다. 반대로 모두가 비관할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격변의 시기에는 어설픈 지식으로 무장하지 말고, 세상을 바꿔 생각하는 유연성과 겸손이 필요하다. 증시는 다수결이 아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성경구절처럼 투자에는 인내 또한 따라줘야 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도 있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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