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경제민주화 문제는 독과점 경제에 관한 모든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권이 심하게 핍박받고, 노동력이 제 가치를 받지 못하는 것은 자본의 압도적 독점력때문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경제민주화’처럼 요즘 정치권의 중심에 있는 말도 없을 것이다. 동시에 이 말처럼 일반인 귀에는 익숙하지만, 별 관심 없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그냥 ‘민주화’라고 하면 어떤 것인지 대충 알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이 떠오른다. 그러나 민주화 앞에 ‘경제’라는 말이 붙는 순간, 골치 아프고 무슨 말인지 헷갈린다.

▲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라는 넓은 개념에 포함된다.
어쩌면 정치인의 기만적 화술이 또 등장했구나라는 황당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두루뭉술하게 쓰이는 이 말이 별 관심 없는 단어로 전락(?)한 것은 87년 이후 역대의 대권주자들이 “이제는 경제”라며 경제개혁적 구호를 외치며 출마했으나 여•야를 불문하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모조리 언제 그랬냐는 듯 딴청을 부렸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대통령들은 한번도 이를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다. 바로 말하면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경제민주화를 반대하고, 이런 흐름이야 말로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는 주장을 열심히 퍼뜨렸다. DJ 또는 노무현정권 쯤이 약간의 개혁적 의지를 나타냈을 뿐 대부분은 민심을 배반했던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권도 마지막은 친 재벌로 돌아섰다. 한미FTA 추진이 그 결과였다. 이들이 은연중에 퍼뜨린 친 재벌적 사고방식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희석시겼다.

결과적으로 무정부적 시장의 힘에 시달리는 서민에게도, 또 시장에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는 독점재벌에도 다같이 이 말은 선거 때만 등장하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은 최근 전경련 주최의 한 모임에서 나온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아예 이 단어의 뜻을 모르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정치인들이 대중의 표심을 의식하고 행한) 인기 발언에 일일이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의 작은 개념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통해 다같이 잘 살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재벌 또는 독점자본을 규제)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사실 이런 주장은 헌법적 근거도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에 따르면 “국가는 균형있는 국가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라는 넓은 개념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시장의 모든 거래는 공정하게 1:1로 그 거래가 성립돼야 한다. 그렇게 돼야 하지만, 실은 대부분의 경우 공정하지 않다. 다른 말로 하자면 부등가 교환이 비일비재하다. 이래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제시되는 것이고 노동과 복지가 핵심 이슈로 등장한 이번 대선에도 여지없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경제민주화 문제는 독과점 경제에 관한 모든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권이 심하게 핍박받고, 노동력 이 제 가치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의 압도적 독점력에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정부조직과 공정위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세 자영업자나 소규모 농민 등 독립적 생산자의 작은 자본도 독점자본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으면 경제민주화는 달성되지 않는다. 독점 대기업들과 상생을 모색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대기업에게 골목상권 같은 작은 시장조차 빼앗기고 문을 닫는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데도 모르는체 하는 정권은 헌법을 지키지 않는 정권이고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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