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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혼자 벌어서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탓이다. 요즘 맞벌이 부부라면 가사 분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는 가사 분담을 이유로 종종 다툰다. 심지어 이를 계기로 이혼을 청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혼이 될까.

▲ 가사노동이 아내의 일이 아니라 부부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혼자 벌어서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탓이다. 그래서 요즘 맞벌이 부부라면 가사 분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는 가사 분담을 이유로 종종 다툰다. 심각할 경우 이혼으로 번지기도 한다.

합의 하에 서로가 이혼을 하겠다면 상관없다. 문제는 일방 배우자만 이혼을 요구할 때다. 이럴 때는 ‘재판상 이혼’, 다시 말해 이혼소송을 해야 한다. 그럼 가사를 둘러싼 갈등이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

우리 법(민법 제840조)은 부부가 합의로 이혼하지 않고 일방의 배우자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6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열거하면 ▲배우자가 부정不貞 한 행위를 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3년 이상 배우자의 생사를 모를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다.

반면 가사를 둘러싼 갈등은 대부분 부부간 견해가 대립되고, 가사 분담의 공정성도 규명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기는 힘들다.

예외는 있다. 일방 배우자의 가사 강요가 혼인관계를 지속하기 힘들 정도의 학대에 해당하는 경우, 부부간 갈등이 부부공동생활체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른 경우, 혼인생활을 계속하는 게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인 경우라면 또 다르다. 민법상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혹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할 수 있다.

물론 법원은 부당한 대우의 정도, 중대한 사유의 정도를 다양한 기준에서 판단한다. 혼인파탄의 정도,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당사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면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책임이 없어야 재판상 이혼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를 보자. 남편은 평소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라고 요구했다. 아내는 “직장은 그만두는 대신 가사를 분담해달라”고 요구했다. 남편은 이 요구를 거부하고, 아내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남편은 “‘가사를 담당하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이혼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남편은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가사 분담을 거부했으며, 부부간 불화를 부모에게 알려 반목과 갈등을 심화시켰다”면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맞벌이 부부는 이제 시대의 흐름이다. 가사는 더 이상 아내의 일이 아니라 부부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얼마든지 대화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이루다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yird@ibs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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