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주가 왜 안 오르나

증권사들이 연일 호평을 늘어놓는 업체가 있다. 기아차다. 실제로 기아차는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데 시장 반응이 냉랭하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왜일까.

 
기아차가 올 2분기 최대실적을 올렸다. 매출 12조5509억원, 영업이익 1조2191억원, 당기순이익 1조965억원을 달성했다. 기아차의 최대실적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증권사다. 증권사들은 보고서를 통해 기아차 최대 분기 실적을 설명하면서 매수의견을 냈다. 또 K3 등 하반기 신차 출시 효과로 주가가 더욱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개선과 신차 효과는 기업에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기아차의 위험요소는 배제한 채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24일까지 투자자에게 전달된 기아차 보고서는 총 153건이었는데, 이중 152건이 매수의견이었다. 나머지 1건은 매도가 아니라 투자의견 없음이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기아차 주식을 매수하라고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가 말하지 않는 기아차의 위험요소는 적지 않다. 노사분규, 국내 시장의 냉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일본차 회복이다.

▲ 기아차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긍정적인 요인만을 설명하며 연일 투자의견 ‘매수’보고서를 내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 사장을 역임(2005~2009년)하며 성장을 주도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노사분규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 기업이미지 하락.” 기아차의 노조 파업이 지니는 의미다. 기아차는 올해 7월 23일 노조 부분파업을 종료하고 전 사업장 생산을 재개했다. 하지만 휴가 시즌으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임금단체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파업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중국의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것도 기아차에겐 악재다. 물론 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한순간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2011년)과 리콜 사태(2010년)의 충격으로 입지가 좁아졌던 일본 도요타가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는 점도 기아차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지난해 기아차의 판매율이 신장한 것은 도요타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이었다. 증권사의 긍정적인 분석에도 기아차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아차의 주가는 최대 실적 발표(27일) 다음날 전일대비 0.52% 하락했고, 31일에는 고작 2.76% 올랐다. 증권사가 말하지 않는 4가지 리스크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아차의 무한질주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대수는 56만7000대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BMW•벤츠•폭스바겐 등 수입차 브랜드의 선전이 기아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가 텃밭인 국내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사분규, 국내시장의 수입차 공략, 소비자의 냉대 등은 기아차 성장을 분석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변수들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노사분규는 기아차 내부적인 암”이라며 “증권사가 이런 부분을 철저하게 반영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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