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함의 숭배」 시작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함도 중요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중이 혼란에 빠졌을 때 경영진들은 겅과급 파티를 벌였다.[사진=뉴시스]

명문대 출신은 훌륭한 사람일까? 똑똑함을 숭배하는 능력주의 시대에선 명문대 학생이 곧 훌륭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그들은 이런 공식에 따라 누구보다 쉽게 부와 권력, 명예를 얻어 왔다. 그렇다면 똑똑함을 신봉하고 능력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는 성공했을까. 그럴리 있겠는가. 실패했다. 그들이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용인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라크 전쟁, 뉴올리언스 사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사건…. 최근 10년 사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미국의 진보 시사평론가인 크리스토퍼 헤이즈는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엘리트’라고 꼬집는다. 그들이 ‘더 이상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는 거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틀릴 일이 없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지위를 부여해왔는데, 그들은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 당당하게 부정을 저질러 왔다.

예를 들어보자.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중이 혼란에 빠졌을 때 범죄의 주범이었던 경영진들은 어땠나. 그들은 허우적대는 대중과 상관없이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 교회 당국은 어떻게 대처했던가. 피해자인 신도들이 아니라 가해자인 사제들에게 공감하며 그들의 범죄 행위를 덮었다. 메이저리그는 또 어떤가. 미국인들은 실력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야구선수를 숭배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건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불법 약물 복용 문제였다.

 

한국 사회라고 다를 리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의 세습화, 빈부격차, 유리천장, 학벌주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무능력한 정부, 정경유착 등 미국이 겪은 실패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사회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엘리트가 사회를 구원해줄 거라 믿는다.

저자는 엘리트를 숭배하는 능력주의 사회는 엘리트와 대중 간의 사회적 거리감만 넓힌다고 지적한다. 소수의 엘리트가 권력을 쥐고, 다수의 대중은 힘없는 소수가 돼 버리면서 힘없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힘 있는 사람은 용서를 받는 사회가 된다는 거다.

저자는 사회를 뒤흔드는 이런 상황은 위기를 불러오고, 위기가 거듭될수록 시스템이 붕괴할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역설적이게도 ‘결과의 평등’이다. “성취의 차이를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한다.” 사회를 더욱 평평한 경기장으로 만들어 시작뿐 아니라 결과의 평등함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세 가지 스토리

「나의 목련꽃」
김기선 지음 | 이지출판사 펴냄


치매를 앓아 점점 기억을 잃어 가는 아내. 저자는 어느날 문득,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한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더 늦기 전에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절절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그는 자신을 위해 반세기를 바친 아내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 인생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지, 그가 털어놓은 진실한 삶의 조각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우아하게 랍스터를 먹는 법」
애슐리 브롬 지음 | 이덴슬리벨 펴냄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시대다.” 식사는 이제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먹방·혼밥 등 식食과 관련한 키워드가 늘고 있는 요즘. 먹는 즐거움을 사랑하는 평범한 미식가가 늘고 있다. 이 책은 먹는 일을 더 즐겁게 해줄 새로운 방법을 알려준다. 낯선 음식을 마주한 미식가를 위한 조언과 고풍스러운 일러스트로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교양서다.

「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펴냄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독서는 때때로 업무의 연장이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을 위한 ‘스마트소설’이 나왔다. 제1회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짧은 분량에 문학적 깊이를 담은 열여섯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햄릿’ ‘셜록 홈즈’ ‘홍길동’ 등 오래 전 창작된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몰입도를 높인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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