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의 슬픈 경제학

▲ ‘백수’보다 ‘졸업예정자’가 취업에 유리해 졸업유예를 선택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사진=아이클릭아트]

“졸업하지 않겠다.” 내년 2월에 졸업을 앞둔 대학생 중 절반이 졸업유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졸업예정자 402명에게 졸업유예 계획을 물었다. 그 결과 55%가 “졸업유예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별로는 ‘문송(취업이 어려운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의 줄임말)’ 인문계열(70.9%)이 가장 많았다.

그렇다고 졸업유예가 정답이 될 순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졸업유예자들은 그 기간 갖가지 고충을 느끼고 있다. 성과가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나지 않고, 갈수록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 한 학기, 두학기 미루다 보면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쟤는 언제 졸업해서 언제 취업하나”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일까. 대학생 사이에서도 졸업유예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졸업유예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하는가 하면 “졸업유예를 해봤자 서류를 보면 공백기를 다 알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어디 졸업을 하고 싶지 않아서 미루고 있겠는가. 힘없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청년실업률,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건. 이러니 기를 쓰고 번듯한 직장에 가려고 ‘취업적합형’ 인간으로 스스로를 개조하고 있는 거다. 졸업유예에 담긴 청년들의 슬픈 현실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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