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부동산은 정치가 아니다
[윤영걸의 有口有言] 부동산은 정치가 아니다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65
  • 승인 2017.12.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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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이고 냉정한 부동산 대책 필요
▲ 문재인 대통령은 당연히 폭락해야 할 부동산 시장이 일부 투기꾼과 사이비 전문가 때문에 오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말을 한다.[사진=뉴시스]
한국인의 부동산에 대한 태도는 꽤나 이중적이다. 투기의 진원지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가계 자산의 80% 가까이를 부동산이 차지한다. 부동산 망국론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성공한 재테크 뒤에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좌우하는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쓴 책 이름은 「부동산은 끝났다」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내며 부동산 브레인 역할을 했던 그는 “이번 정부는 어떤 경우에든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사실상 패자부활전이 벌어진 셈이다. 부동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도 그의 글에는 증오심이 넘쳐난다. 그는 이 책에서 선정적인 언론과 무책임한 전문가에게 의존하지 말고 부동산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보라고 권한다. 옳은 지적이다. 경제는 통계로 말한다.  
 
먼저 서울의 집값은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일까. 박광온(더민주당) 의원은 ‘서울 주택 중위가격은 일본 도쿄나 오사카보다 1억2000만~2억3000만원 비싸고, 미국 워싱턴DC나 뉴욕과 같은 비슷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놓았다. 이를 본 청년과 무주택자는 분노했다. ‘역시 헬조선’ ‘이게 나라냐’라는 댓글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선진국 도시는 직장으로의 출퇴근이 가능한 생활권 기준인데 비해 서울은 행정구역 기준으로 통계치를 내놓았다. 예를 들면 일본 도쿄도都는 23개의 구區와 26개의 시市 등으로 구성되는 광범위한 주변 지역을 포함하기 때문에 서울에 비해 주택값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뉴욕의 경우 도심에서 약 120㎞ 떨어진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 일부까지 포함해서 발표했다. 서울이라면 강원도 인제군과 충북 진천군 주택시세까지 서울 집값에 들어간 셈이다. 이런 설명은 일절 없이 서울이 세계적으로 비싸다고만 발표했으니 통계가 ‘기가 막힐’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공한 국가별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서울은 7.8, 수도권은 5.9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높은 도시로는 홍콩(13.5) 밴쿠버(9.5) 시드니(8.3) 등을 들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위해 ‘서울 대도시권’으로 확대하면 서울(7.8)과 수도권(5.9) 사이 중간값 정도로 추산한다. 주요 도시별 최고가 아파트와 각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하면 장기침체를 겪었던 도쿄 5.9배, 런던 ㆍ맨해튼ㆍ홍콩은 10배 내외다. 서울은 3.69배로 비교대상 중 낮은 편이다.
 
심 교수는 한국에서 부동산은 매력 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1983~2012년 30년간 주식은 2793%, 채권 1609%, 예금 777% 수익률인데 비해 부동산은 물가상승률(236%)에도 못 미치는 161%에 그쳤다.  다만 아파트는 연평균 5.54% 상승했고, 서울 강남은 6.48% 올랐다.
 
부동산에 관한 오래된 오해 또 하나. 한국의 부동산 세금이 형편없이 낮다는 인식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재산세(재산세+종부세)가 미국보다 결코 낮지 않고 오히려 미국 일부 지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고가주택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 실제 세율은 대략 1~1,5%선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하와이ㆍ앨라배마ㆍ루이지애나ㆍ델라웨어ㆍ컬럼비아특별구는 0.28~0.57% 남짓인 반면 뉴저지ㆍ일리노이ㆍ뉴햄프셔ㆍ코네티컷ㆍ위스콘신은 1.9~2.3%에 달한다. 미국 재산세는 철저하게 지방세이고 그 지방을 위해서만 쓴다는 믿음이 있다. 미국은 물가상한선을 넘지 않는다는 보유세 인상 한도를 두고 있어 집값이 폭등해도 장기거주자들은 재산세 부담이 크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폭락해야 할 부동산 시장이 일부 투기꾼과 언론, 사이비 전문가 때문에 오히려 오른다고 주장한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는 지대를 악의 근원으로 봤던 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조지까지 거론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주택가격이 오른다고 말하면 공공의 적이고, 대폭락을 말하면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부동산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고 통계다. 부동산은 삶의 터전이자, 수요공급의 원리가 지배하는 엄연한 시장이다. ‘강남집값’이라는 편협한 목표를 위해 무리한 통계치를 동원하지 말고 거시 경제적 측면과 서민생활에 대한 여파를 감안하는 장기적이고 냉정한 대책이 필요하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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