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논란❷ 정액요금제 도매대가

한 소비자가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뜰폰 매장을 찾았다. 알뜰폰을 이용하면 데이터요금제를 저렴하게 쓸 수 있다는 홍보문구를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정말로 값싼 상품이 많았다. 그런데 웬걸, 정작 내게 필요한 요금제는 기존 이통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수요가 적어 가격 인하가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알뜰폰 정액요금제 도매대가 논란을 취재했다.

▲ 과기부와 이통사가 합의한 도매대가 인하안에는 고가 요금제 사업자가 배제돼 있다.[사진=뉴시스]

7.2%포인트(56.4%→49.2%).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과 합의한 알뜰폰 사업자의 ‘LTE정액요금제 수익배분 도매대가’ 인하(전년 대비) 폭이다.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LTE데이터망을 빌려준 대가로 이동통신사에 판매액 중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5만원 상당 요금제의 수익배분 도매대가가 60%라면, 알뜰폰 사업자는 3만원을 이통사에 지급해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협상력이 떨어지는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과기부가 매해 이통사와 협의를 하는데, 올해엔 평균 7.2%포인트를 낮추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두고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수익배분 도매대가를 10%포인트 낮춰주기로 약속했는데, 결과가 그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도매대가 비율만 보면 평균 7.2%포인트 인하한 것이지만 실제 요금대별 분포해 있는 가입자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더하면 실질적인 인하폭은 10.4%포인트가 된다”면서 “수요가 많은 6.5GB 이하 중저가 구간만 따지면 인하 폭은 11.7%포인트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한계를 품고 있다. 중저가 구간의 실질적인 인하폭이 커지는 만큼 고가 구간의 인하폭이 줄어든다. 고가 요금제를 판매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도매대가 인하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11GB, 16GB, 20GB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폭은 각각 3.3%포인트, 2.2%포인트, 1.3%포인트에 그쳤다.

 

문제는 ‘인하폭이 가장 큰 중저가 구간에 수요자가 많은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통사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요금제별 가입자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도 “기업 정보를 함부로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인하 폭이 큰 곳에 수요가 많고, 인하폭이 작은 곳에 수요가 적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알뜰폰 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고가 요금제 수요가 충분하다는 건 이미 입증된 얘기”라고 되받아친다. 한 알뜰폰 사업자는 “최근 CJ헬로가 10GB 데이터요금제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적이 있는데, 매일 선착순 300명 등의 제한을 걸어야 할 정도로 많은 고객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한 관계자도 “공급이 부족해서 그럴 뿐 수요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고가 데이터를 저렴하게 쓰려는 수요층은 분명 있다. 선불폰 위주로 고객을 공략하는 사업자들이 많아서 그렇지 고가 요금제의 수요가 없는 게 아니다.”

정부와 이통사, 알뜰폰 사업자는 서로의 말이 맞다며 주장한다. 하지만 주장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정부와 이통사가 ‘중저가 구간의 인하폭이 큰 이유’를 확실하게 제시하면 논란은 끝난다. 정부와 이통사는 왜 이 쉬운 방법을 피하는 걸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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