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논란❶ 도매대가

“이동통신사 요금보다 싼 요금제를 제공하는 것.” 알뜰폰의 기본 판매 전략이다. 선행 조건은 저렴한 가격에 통신망을 빌려오는 것. 그런데 이 망을 빌려주는 게 이동통신사다. 이들이 순순히 저렴한 가격에 통신망을 제공할 리 없다. 알뜰폰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알뜰폰 도매대가 논란을 취재했다.

▲ 알뜰폰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매대가 인하가 필수다.[사진=아이클릭아트]

“통신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만들어 경쟁하게 하자.”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 중 하나다. 그런데 이동통신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고 통신망과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4이동통신사업자의 출범이 수차례 좌절된 이유다. 그러자 정부는 노선을 바꿨다. 통신망이나 주파수가 없는 사업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줬다. 이름은 ‘알뜰폰’이라 붙였다. 통신망 또는 주파수가 없으니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알뜰폰은 기세등등하게 출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2011년 이후 누적적자는 3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그 이유를 ‘도매대가(망을 빌려주고 받는 비용) 산정방식’에서 찾는다.

도매대가 산정은 이통3사와 알뜰폰 업계에 중요하다. 알뜰폰으로선 도매대가를 낮게, 망을 빌려주는 이통3사로선 높게 산정해야 한다. 당연히 갑의 위치에 있는 이통3사가 협상의 키를 거머쥘 공산이 크다. 그래서 정부는 ‘묘수’를 떠올렸다.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망 의무도매사업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통해 도매대가를 산정하게 했다. 그러면 기준을 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통사들이 더 저렴한 도매대가를 제시해 알뜰폰 사업자를 끌어들일 거라는 계산이었다.

전략은 빗나갔다. 망을 빌려주는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SK텔레콤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더구나 KT와 LG유플러스는 도매대가를 두고 경쟁하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정부와 SK텔레콤과이 결정한 도매대가를 그대로 수용했다. 알뜰폰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통신시장의 트렌드는 데이터를 쓴 만큼 내는 종량 요금제가 아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액 요금제로 옮겨갔다. 당연히 망을 빌려주는 비용보단 정액 요금제가 중요해졌다. 정부와 알뜰폰 업계는 가입자 한명에게서 얻는 수익을 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나눠 갖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통사의 수익비율을 낮추는 게 어렵다.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이통사의 불만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올해 6월 LTE 요금제의 수익배분 평균 도매대가 비율을 기존(56.4%) 대비 10%포인트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8월 타결을 목표로 했던 협상은 11월에나 끝났고, 협상 결과는 7.2%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정부의 약속은 또 공언에 그쳤다.

신민수 한양대(경제학) 교수는 “현행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데이터중심 요금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환경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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