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뜰폰 정책 왜 실패했나

 

▲ 알뜰폰 가입자 수가 700만명을 돌파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알뜰폰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이 부메랑으로 날아올 공산도 크다. 2011년 출범 이후 때만 되면 집행된 알뜰폰 시장을 위한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알뜰폰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성공한 일본과 달라도 너무 다른 결과다. 열매부터 탐한 게 패착이었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739만3004명, 9월말 기준 국내 알뜰폰(MVNO) 가입자 수다. 국내 이동전화가입자(6328만4565명)의 11.7%에 달하는 비중이다. 2011년 7월 공식 출범 당시 40만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가 6년3개월 만에 18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정부도 알뜰폰 성장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뜰폰 시장의 성장세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이 알뜬폰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9월 15일 선택약정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인상했고, 기존 3만원대의 요금제(음성통화 200분 무료, 데이터 1GB 제공)를 2만원대에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알뜰폰 사업자를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이다.

알뜰폰의 유일한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사라지면 이통3사에 고객을 고스란히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벌써 시장에선 알뜰폰 고객 유출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5만4747명에 달했던 알뜰폰(후불제) 가입자 수는 올해 월 평균 2만4844명으로 곤두박질 쳤다.
 

설상가상으로 9월과 10월에는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를 이동한 고객보다 반대로 이동한 고객이 더 많았다. 대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사용했기에 여전히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걸까. 정부는 알뜰폰 도입 초기부터 통신망 도매제공의무제도 도입과 도매대가 인하정책으로 알뜰폰 사업을 지원했다.

정책의 효과가 신통치 않자 2013년 9월부터는 이동통신에 비해 부족한 알뜰폰 유통망을 확충해주기 위한 정책도 사용했다. 알뜰폰을 판매하는 우체국을 2013년 29개에서 올해 1500개로 늘린 건 이 정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우체국의 알뜰폰 누적 판매실적이 77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알뜰폰 가입자가 484만명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이사는 “우체국을 활용하는 건 ‘우체국이 전국 곳곳에 있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만 의존한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이동통신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은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우체국 직원은 이걸 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알뜰폰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은 정부의 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며 “통신비 인하 정책이 본격화하면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일본의 알뜰폰 시장이 성공한 것은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정책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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