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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조선사, 대형에 밀리고 소형에 치이다중견 조선사 ‘지원 사각지대’ 놓인 까닭
[265호] 2017년 12월 01일 (금) 13:04:35
고준영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국내 대표적인 중견 조선사 두곳이 최근 청산 선고를 받았다.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그만큼 중견 조선사가 위기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정부는 조선업을 살리겠다고 공언까지 했는데 왜 그렇게 된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방안에서 중견 조선사만 배제됐다고 토로했다.
   
▲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실사 결과를 받았다.[사진=뉴시스]

“실효성이 전혀 없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두고 중견 조선사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을 살리겠다면서 야심차게 꺼내든 위기대응방안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7조5000억원을 투입해 공공선박 63척 이상 조기발주, 3조7000억원의 선박펀드를 활용해 75척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ㆍ벌커ㆍ탱커 등 발주, 중소형 선박 금융지원….” 수주절벽이 이어지는 2020년까지 11조2000억원가량을 지원해 25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나온 이후로 약 1년이 흐른 지금 조선산업의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조선 빅3의 상황은 크게 호전됐다.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실적은 각각 48억 달러(약 5조2133억원), 51억 달러, 8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 규모가 10억 달러가량에 그쳤던 현대중공업은 실적이 약 5배 증가했다는 얘기다. 수주 실적이 거의 전무했던 삼성중공업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주식 거래도 재개됐다.

   
중소형 조선사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정중채 중소조선연구원 단장은 “조선업이 어렵다는 건 대체로 대형ㆍ중견 조선사나 기자재를 만드는 하청업체들의 얘기”라면서 “중소형 조선사들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든 아니든 결과만 놓고 보면 조선산업의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견 조선사만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SPP조선이 사실상 청산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마저 청산 선고를 받은 상황이다. 지난 19일 수출입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STX조선해양도 마찬가지로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 채 4달여밖에 되지 않았다.


청산 선고 받은 성동ㆍSTX조선

그렇다고 중견 조선사들이 자구노력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중견 조선사 관계자들은 “대형 조선사들 못지않게 중견 조선사들도 자구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009년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 2500명에 달하던 인력을 지난해 1700명까지 줄였다. 현재 직원 수는 약 1200명인데, 이중에서도 750명가량은 무급휴직 중이다. 설비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던 3개 야드 중 2개를 매각 중이다.

STX조선해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이후 사무직 인력 70%, 생산직 인력 30%를 줄였다. 약 3600명이었던 직원은 1420명으로 감소했다. STX유럽과 사원 아파트 등 자산을 팔았고,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들도 매각 중이다.

그럼에도 유독 중견 조선사의 상황만 열악하다. 이성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차장은 “문제는 중견 조선사가 정부 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만 봐도 그렇다”면서 토로했다.

“정부가 발주하는 관공선 등 공공발주는 중소형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이고, 금융지원을 통한 선박발주는 대부분 대형 조선소가 건조할 수 있는 대형 선박 위주다. 특히 한진해운이 무너진 후 정부는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을 밀어주고 있는데, 물동량 규모를 키우려다 보니 큰 규모 위주로 발주하고 있다. 더구나 업황이 어렵다보니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하던 빅3가 중견 조선소가 건조하는 영역까지 뛰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중견 조선사만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도 지적을 받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정부는 애초에 살릴 건지 말 건지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면서 “가령, 이 기업은 존속 가치가 낮으니 은행은 더 이상 지원하지 말고, 건조하고 있는 것만 인도하라는 식의 발표를 하든지 살릴 거면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정부는 조선업을 살린다고 말만 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정책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중견 조선사들을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우리나라가 조선산업 강국의 위상을 이어나가려면 중견 조선사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형 규모의 범용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데, 그 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견 조선사가 살아나야 한다는 거다.


지원 사각지대 놓인 중견 조선사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조선사들의 설비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맞춰져 있어서 중형급 선박을 건조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각 조선사별로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을 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중형 범용선박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30%가량의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홍 연구위원은 국내 중견 조선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설비 효율이나 인력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낮은 비용으로 건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부, 금융회사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업체들 스스로 효율, 생산성, 기술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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