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전형적 소유 방식 바꿔나가야

▲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자칫 위기를 불러올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적벽대전은 손권(동오), 유비(촉한) 연합군과 조조(위) 100만 대군이 적벽강에서 벌인 회심의 일전을 일컫는다. 이 전쟁에서 제갈공명은 조조군의 함대를 한데 묶어(연환계) 화공火攻으로 승리했다. 쇠사슬로 연결된 전함이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처절하게 불태워진 조조군은 육지에서 또다시 관우에게 대패했다. 이는 훗날 중국 천하가 3개로 나뉘는 분수령이 됐다. 역사 기록으로는 1페이지 분량에 못 미치지만 중국인의 상상력이 덧칠해져 휘황찬란한 전쟁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삼성전자는 숨 막히도록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올 2분기 국내 기업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14조700억원)을 기록했다.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비금융업체 영업이익 1위에도 올랐고, 인텔을 앞지른 전세계 반도체 매출 1위(61조원)라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의 국내 고용은 9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은 10%에 머물렀지만 세금(공과금 포함) 8조9000억원 중 6조원(67%)을 모국에 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회사는 2가지 딜레마에 놓여있다. 먼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거의 10개월째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언제 풀려날지 기약조차 없다. 처절한 생존경쟁의 바다에서 선장 없이 삼각파도를 헤쳐 나가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경영을 투명성이 받쳐주지 못한 대가다.
 
총수의 부재가 현실적인 위험이라면 더 큰 위기의 그림자는 언젠가는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꺾일 거라는 점이다. 영광의 시간 뒤에 분신처럼 따라오는 시련의 시간을 피할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경기는 더 좋아지기는 어렵다. 침체기는 예고 없이 나타나 한국경제를 휘몰아칠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에서 검은 색깔을 가진 흑조黑鳥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나 9 · 11 사태(2001년)와 같이 예측불허와 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고, 그 충격과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주장했다.

기득권 사업자가 범할 수 있는 오류

핀란드를 대표하던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였던 노키아의 몰락은 방만한 경영과 경영진의 판단 잘못이라고 매도하기 곤란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도래와 그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휴대전화 제조사는 애플이 아닌 노키아였다. 노키아는 콘텐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인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해 앱스토어 사업역량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2010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급격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노키아 경영진은 창조적 파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기득권을 가진 사업자는 판을 뒤집는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적 법칙을 노키아가 흥망성쇠가 선명히 보여준다.
 
노키아의 몰락이 단일기업경제(One-firm economy)라고 불렸던 핀란드의 경제위기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다. 노키아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부품생산을 아웃소싱해와 노동자 대량해고도 없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노키아 주식의 대부분을 외국인이 보유해 핀란드 투자자들의 피해도 크지 않았다. 연쇄부도는커녕 판란드에 새로운 벤처기업과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한국재벌의 전형적인 소유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총수 일가는 자신들의 지분 외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자사주 등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와 순환출자구조, 그리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출자관계는 자칫하면 위기를 불러올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남미형 경제위기를 촉발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발생시킬 개연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경기의 부침은 숙명적이다. 비관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짜놓아야 한다. 그 첫째가 지배구조 투명화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난마처럼 지분과 매출이 얽히고설킨 삼성계열사 전체가 함께 구렁텅이로 빠지는 구도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오너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를 정말로 객관성이 지켜지는 새로운 지배구조로 바뀌어야 뿌리 깊은 국민의 반기업 정서와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주어진 숙제를 해야 한다. 적벽강에 동남풍이 몰아치기 전에 조조의 선단을 묶고 있는 쇠사슬과 같은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게 기업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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