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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엔 사람이 있었네「골목길 자본론」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골목길
[266호] 2017년 12월 06일 (수) 07:07:40
임종찬 기자 bellkick@thescoop.co.kr
   
▲ 골목길은 도시 전체의 특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다.[사진=뉴시스]
“홍대거리가 지니까 연남동이 뜨고, 연남동이 기우니까 망원동이 뜨더라. 골목길은 희한한 장소다.” 10년간 마포구에 살면서 인근 골목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마포구민의 말이다. 인근에 대형쇼핑몰이라도 들어서면 금세 발길이 뜸해지다가도 다시 사람들이 모이는 곳. 골목길은 신비로운 장소다. 이런 골목길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리를 골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가게만 있다면 50m의 짧은 길도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독점할 수 있다.” 저자 모종린의 답변이다. 그는 ‘골목길의 경제학자’로 불린다. 저자는 「라이프스타일 도시」 「작은 도시 큰 기업」 등의 책을 펴내면서 골목상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영학 박사인 그는 골목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경제적 현상들에 주목했다.
 
이 책은 골목길에 얽힌 흥미로운 경제학 현상들을 다룬다. 특히 골목길의 가치에 주목한다. 저자가 말하는 골목길은 재개발구역이나 낙후의 상징이 아니다. 상인과 건물주 간의 수요와 공급으로 형성된 흥미로운 ‘시장’이다. 
 
이 시장의 파급력은 골목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의 특색을 결정하기도 한다. 한국의 주요 관광지로 손꼽히는 홍대가로수길이태원은 모두 작은 골목길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목길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이유다. 저자가 “골목길은 도시 고유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골목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기존 상인들이 점점 높아지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골목문화의 중심인 상인이 사라지면 골목은 힘을 잃는다. 골목상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골목길이 사라지면 지역 전체도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골목길에 ‘장인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골목길을 살리려면 이해당사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건물주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골목을 떠나는 이유 중 대부분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골목상권이 죽으면 건물주도 피해를 본다. 저자가 “건물주와 상인은 한 배를 탄 운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장기적인 보존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골목상인을 위한 투자는 가게 하나, 골목 하나를 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 재생을 위한 ‘큰그림’인 셈이다.
 
어떤가. 이제 골목길 경쟁력의 원천이 보이지 않는가. 저자는 “골목문화의 중심은 바로 사람”이라고 말한다. 상인은 물론 골목 상권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력적인 골목길을 만든다는 거다. 이는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해당된다. 가끔은 골목길에 들러 주말을 보내보자. 서촌 골목길, 이화벽화마을, 익선동 한옥골목길 등 갈 곳은 많다. 대형쇼핑몰보다는 불편하지만 이전과는 분명 다른 즐거움으로 골목길을 즐길 수 있을 거다. 
   
 

세가지 스토리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하윤재 지음 | 판미동 펴냄

10년간 치매 엄마를 돌봐온 저자는 엄마가 자신을 잊지 않기만 바란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기억은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소멸되고, 엄마도 사람을 잊는 치매 3기에 들어섰다. 모든 걸 잊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일상의 기록이다. 그속에는 어느새 틈틈이 유쾌함과 따스함이 스며있다. 저자는 “치매가 결과가 아닌 과정이며, 그로인해 인생을 새롭게 배우게 됐다”고 말한다.
   
 
「7맛7작」
박지혜장아미한켠 등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음식을 테마로 한 장르소설 공모전인 테이스티 문학상의 12회 수상작을 모았다. 1회의 주제는 ‘고기’ 2회는 ‘면’이었다. 원하는 맛을 3D 푸드 프린터로 재현할 수 있게 된 근미래의 푸드칼럼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해피 버스데이, 3D 미역국!’, 1932년 평양냉면 집을 중심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류일면옥’ 등 식욕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겼다.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지음 | 리더스북 펴냄

1분마다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300만개 콘텐트가 공유되는 시대다. 웬만한 콘텐트로는 이목을 끌 수 없음에도 많은 기업들이 콘텐트로 시장에서 승리하려 한다. 저자는 콘텐트의 함정에 빠진 거라고 지적한다. 콘텐트에 대한 과도한 믿음과 유연하지 못한 사고가 발전을 가로 막는다는 거다. 콘텐트를 둘러싼 다양한 연결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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