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공급가 vs 주유소 판매가 비교

정유사는 2017년 연초부터 6월 4주차 저점을 찍을 때까지 총 7차례에 걸쳐 휘발류 공급가격을 떨어드렸다. 이중 3번은 L당 50~80원까지 가파르게 내려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유소 가격이 떨어진 건 총 2차례에 불과했고, 내림폭은 30~40원 수준에 그쳤다. 통계만 보면 주유소가 더 많은 폭리를 취한 셈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수년째 평행선, 오름세, 하락세 중 하나로 일방통행하던 국제유가가 올해는 V자 그래프를 그렸다. 상반기엔 내림세, 하반기엔 오름세였다. 올 한해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국내유가 추이를 한눈에 비교해보기 딱 좋은 그림이 나온 셈이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가 책정한 가격이 국제유가와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국내 정유시장이 참여자가 4곳밖에 없는 독과점 구조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럴 때마다 정유사들은 “실제 원유 구입시점과 가격변동 시점이 달라 일어나는 착시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정유사 브랜드를 단 폴주유소의 논리도 비슷했다. 그들은 국제유가와 주유소 판매가가 연동되지 않는 이유를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기름을 공급하는 시점과 판매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한화토탈(옛 삼성토탈)이 새로운 공급자로, 알뜰주유소가 새로운 판매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제유가 변동 추이를 잘 반영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폴주유소들과 달리 가격을 좀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정부의 복안이었다. 알뜰주유소의 가격은 예상한 것처럼 ‘훨씬 싸지는’ 않았지만 폴주유소보다는 값싼 기름을 제공해왔다. 주변 주유소 평균 판매가를 낮추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새로운 공급자와 판매자가 유입됐음에도 기름값은 여전히 묘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제유가와 국내 정유사 평균 공급가, 주유소 평균 판매가를 분석해본 결과, 시장은 여전히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었다. 참고로 국제유가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5.9%(2016년 기준)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를, 국내 주유소 판매가는 보통휘발유를 기준으로 삼았다.

먼저 “국제유가와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다”고 비난 받았던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는 어땠을까. 흥미롭게도 국제유가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두바이유 가격이 떨어졌던 1월 말, 3월 중순, 4월 말에 국내 정유사들의 평균 공급가 역시 내림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 추이와 다르게 움직이던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는 얘기다.

뜻밖에도 주유소의 판매가는 국제유가와 다르게 움직였다.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두바이유 가격이 급락하는 동안 국내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는 고공행진했다. 그동안 주유소들이 주장한 것처럼 ‘2~3주 시차’ 때문도 아니었다. 2~3주간의 격차를 고려해서 봐도 정유사의 공급가가 확 내려간 것처럼 주유소의 가격은 떨어지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유사 공급가는 연초부터 6월 4주차에 저점을 찍을 때까지 총 7차례에 걸쳐 가격이 떨어졌다. 이중 3번은 L당 50~80원까지 가파르게 내려갔다. 하지만 주유소 가격이 같은 기간 10원 이상 떨어진 건 총 2차례에 불과했고, 전체 내림폭은 30~40원 수준에 그쳤다.

‘내릴 때는 찔끔, 오를 때는 왕창’이라는 공식은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1월초 판매가와 6월 저점 판매가를 비교해보면 주유소들은 대략 L당 48~61원을 내렸다. 같은 기간 정유사 공급가는 최대 132원을 떨어뜨렸다. 저점 이후 11월 3주차까지 주유소 판매가는 79~89원이 올랐고, 정유사 공급가는 123원이 올랐다.

더 주목할 점은 알뜰주유소의 가격이다. 폴주유소보단 낮게 유지했지만, 공급가를 반영하지 않은 건 알뜰주유소 역시 똑같았다. 연초 대비 6월 저점까지 내림세 폭은 61.85원으로 두바이유 내림세 폭(78.1원)보다 훨씬 낮았다.

6월 저점 이후 11월 3주차까지의 오름세 폭은 89.75원으로 두바이유 오름세 폭(92.15원)에 비해 고작 2.4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자가 폴주유소(78.99원)보다도 10.76원 더 올렸다. 내릴 때는 조금, 올릴 땐 팍팍 올렸다는 거다. 폴주유소와 비교해보면 기름값을 내릴 때는 7원 정도 더 내리고, 올릴 때는 7원 정도 더 올려 사실상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주유소의 수익구조는 명확하다. 정유사 공급가가 오를 때는 평균 이익을 유지했다가, 공급가가 크게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수익을 낸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세상을 도배해도 소비자가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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