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셰프 재무설계

갑자기 소비패턴을 확 바꾸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생활이 위축돼 적응하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확실한 목적자금이 필요하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극단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그런 다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잘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도 늦지 않다.

▲ 원하는 목적자금을 만들려면 현재의 과도한 소비를 절제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인천의 한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하는 최상민(가명ㆍ30)씨. 빠듯한 월급 탓에 그는 일찌감치 연애와 결혼을 포기했다. 그에게 지금 유일한 희망은 2년 후 떠날 프랑스 유학이다.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요리를 익혔지만 정식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던 터라 늘 부족함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인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한 식당에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놨다. 항공요금과 약간의 비상자금만 준비된다면 당장이라도 떠날 생각이다. 하지만 그의 통장에 여윳돈이 있을 리 없다. 유학 준비에 필요한 돈은 1000만원. 최씨는 2년 안에 이 돈을 모아볼 작정이다. 계획 수립에 앞서 그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현재 최씨는 월 190만원을 번다. 다행히 대출은 없지만 그렇다고 적금을 넣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금통장에 쓰고 남는 돈이 비상금인 셈이다. 하지만 190만원 중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돈이 174만원이다. 여기에 비정기 지출이라도 빠져나가는 달에는 안 그래도 여유롭지 못한 생활이 더 피폐해진다. 중학생 시절에 부모님께서 보장성 보험을 가입해주신 덕분에 따로 보험도 따로 없다. 1만원짜리 실손의료비보험이 전부다.

최씨에겐 유학자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을 위해 적은 금액이라도 비상금 형태로 미래소비자금을 모아놔야 한다. 안정적인 자금 운용과 투자형 상품을 병행해 그의 가계부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Q1 지출구조

 

그는 현재 19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실손의료비보험(1만원)을 제외하곤 모두 소비성 지출이다. 원룸 월세(60만원)와 식비(40만원)가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푼다고 마시는 술값도 50만원이다. 190만원 중 벌써 151만원을 쓴 셈이다. 여기에 통신비(5만원), 생활비(10만원), 교통비(8만원)를 더하면 174만원. 이는 보통의 30대 싱글남성의 평균 지출인 100만원(2016년 한국경제교육원 누적 상담자 기준)과 비교해도 많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씨는 연간 휴가비(100만원), 명절비(40만원), 기념일(35만원), 경조사비(50만원)로 225만원을 쓴다. 이것을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9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최씨의 한달 총 지출 193만원. 남는 거 없이 되레 마이너스(-3만원)로 끝나는 한달 생활이다. 목표 없이 생활해온 탓에 불필요한 지출만 커진 거다.

Q2 문제점

 

가장 큰 문제는 월세(60만원)와 술값(50만원)이다. 현재 최씨가 거주하고 있는 원룸은 직장과 특별히 가깝지도, 그렇다고 주변보다 시세가 저렴하지도 않다. 오히려 비싼 곳 중 하나다. 그가 이 원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가끔씩 찾아오는 가족과 후배들에게 더 넓고 좋은 시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부에 무리를 주는 소비를 통제하기 위해선 이사를 할 필요가 있다. 술값도 줄여야 한다. 업무 특성상 밤늦게 퇴근하는 게 다행일 정도로 최씨는 자주 술자리를 갖는다. 게다가 대부분 최씨가 계산을 한다. 해외 유학을 가고 싶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습관이다. 본인이 주도하는 술자리를 주 1~2회에서 월 1~2회로 줄이고 술값도 하루 허용치를 정해놓아야 한다. 목표를 위해선 당분간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단 소득에 맞는 소비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Q3 개선점

 

이사를 해 60만원이던 월세를 40만원으로 줄였다. 식비(40만원→30만원)와 생활비(10만원→7만원)도 절약해보기로 했다. 가장 많이 손본 건 술값. 횟수를 줄이고, 금액도 10만원까지만 쓰기로 정했다. 이렇게 지출을 조정해 73만원을 만들었다. 조정 전에 3만원의 마이너스가 발생하던 걸 감안하면 새롭게 생긴 여윳돈은 70만원. 이걸로 유학과 유학 후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학 후를 대비해 주택청약저축(2만원)을 먼저 들고, 목돈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에 적금도 2개(10만원ㆍ15만원) 들었다. 투자도 병행하기도 했다. 중위험군 적립식 펀드와 장기형 적립 투자상품에도 각 20만원씩 넣기로 했다. 남은 3만원은 비상금 통장(CMA)을 이용했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mechaeng@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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