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의 한방비수론

▲ 삼시세끼는 몸에 독으로 작용할 경우가 많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삼시세끼. 언제부터인가 하루 세끼를 먹는 일이 당연시됐다. 하루 세끼가 정말 당연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삼시세끼라는 개념이 형성된 것은 16세기께다. 원래는 1일2식이었는데 농사를 짓거나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중간에 먹었던 새참이 점심點心이 돼 세끼가 완성됐다. 그것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없는 사람들은 굶기를 밥 먹듯 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인사말로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냐?”라고 묻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굶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육체적 활동이 많은 사람이 세끼를 먹는 것은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살찐 사람들이 세끼를 잘 챙겨 먹거나, 가만히 앉아서 업무를 보고 출퇴근할 때도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삼시세끼는 독이 된다. 과식으로 남는 영양분은 지방으로 전환돼 혈관을 막고 성인병을 유발하며 수명을 단축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원인을 알지 못 한 채 피로를 느끼면 피로해소제나 영양제 혹은 보약을 찾는다. 현대인들이 피로를 느끼는 주된 원인은 소화기관과 관련된 내부 장기의 피로다. 음식의 소화흡수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피곤하니까 잘 먹어야지 생각을 하는데, 잘 먹으니까 피곤한 것이다.

과식을 하면 일상생활 중에 쓸 에너지가 음식물 소화 흡수에 다 쓰여서 기운이 없고 쉽게 지친다. 단순히 소화기관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화에 관련된 장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폐와 심장도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면서 과로를 하게 된다. 음식물이 몸속에 들어오면 위에서 1~4시간, 소장에서 2시간, 상행, 횡행, 하행결장에서 18시간, S자 결장 직장에서 12시간 정도, 총 24~36시간을 인체에서 머물다가 빠져나간다.

내부 장기도 휴식이 필요하다. 말을 못 한다고 막 부려먹으면 처음에는 작은 통증이나 소화 장애 변비 등의 견딜만한 증상만 드러낸다. 이때 몸의 고통을 이해하고 먹을 것을 줄여서 쉬게 해주면 좋을 텐데 오히려 소화제를 먹고 영양제를 챙겨먹는다.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은 일단 몸에 관심을 가지고 쉬라는 신호다. 동물은 아프거나 상처가 나면 굶는다. 금식으로 몸의 모든 에너지가 오로지 면역계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인체 면역체계의 80%가 장에 존재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발병하면 빠른 회복을 위해 몸은 입맛을 떨어뜨려 위장관胃腸管이 면역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소화기관 등 내부 장기는 머리의 종이 아니다. 묵묵히 일을 하다가 힘들다고 증상을 드러낼 때, 그 고통의 소리를 듣고 휴식해야 한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맑고 상쾌한 정신 상태를 원한다면 한번에 먹는 음식 양을 줄여야 한다. 특히 살찐 사람의 경우 삼시세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식과 절식만이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다.
김영두 약산한의원 대표원장 yaksan4246@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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