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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위에 누가 깃발 꽂으랴제약ㆍ바이오주 요동 잦은 까닭
[266호] 2017년 12월 11일 (월) 09:38:03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호재가 뒤따른 후에는 사업성과 실적이 떨어진다. 유독 제약ㆍ바이오주에서 주로 보이는 특이한 현상이다. 코스피에서도 코스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약ㆍ바이오주 주가가 오른 가격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다. 모래성 같은 사업과 실적에 깃발(투자)을 꽂을 투자자는 없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약ㆍ바이오주의 요동이 잦은 까닭을 투자했다.

▲ 제약ㆍ바이오주 주가는 호재에 따라 올랐지만 실적이 받쳐주지 못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1년새 코스닥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6년 12월 1일 기준 593.85였던 코스닥지수는 올해 12월 1일 기준 779.82를 기록, 185.97포인트나 올랐다. 2015년 호황이었던 코스닥 랠리가 재현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도주는 제약ㆍ바이오주다. 코스닥 상장기업을 시가총액 순위별로 보면 상위 5개 기업 중 4곳이, 20개 기업 중에선 9곳이 제약ㆍ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코스닥 전체 시총(276조원)에서 이들 9개 기업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60조원)은 21.8%에 달한다. 제약ㆍ바이오주가 코스닥의 상투를 쥐고 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제약ㆍ바이오주의 상승세가 코스닥을 탄탄하게 지지할 수 있느냐다. 이슈를 타고 급등했다가 가파르게 고꾸라진 제약ㆍ바이오주가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한가지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주가를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들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익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거다.

코스닥 시총 상위 7위인 메디톡스를 보자. 보툴리눔(보톡스)를 주로 생산하는 이 기업의 주가는 올해 4월 6일 46만3000원에서 7월 26일 63만9500원으로 무려 38.1% 올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좋았다”면서 말을 이었다. “중국에서 ‘메디톡신’이라는 새로운 보톡스의 임상3상 시험이 끝나면서 중국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에서도 임상3상을 준비하게 된 게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작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10월 초에 주가는 다시 썰물처럼 빠져 10월 16에는 42만8700원을 기록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주가를 끌어올린 호재가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에 임상3상 샘플 제공 규정을 맞추지 못해 시험이 늦어진 게 나쁜 변수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2분기 실적의 기세가 3분기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도 주가를 끌어내린 변수였다. 2016년 3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75억원가량 올라 3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5억원가량 줄어든 159억원이었다.

코스닥 시총 8위인 바이로메드도 비슷하다. DNA 치료제, 단백질 치료제 등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이 기업은 2015년 4월, 미국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의 임상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여기에 성공적 임상을 위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파트너십도 맺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가 호재로 주가도 급등했다. 4월 15일 8만4500원이던 주가는 5월 21일 15만900원으로 껑충 뛰었다. 해당 치료제의 기술이전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6월 19에는 19만4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다 9월을 기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떨어진 이유를 묻자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국제 증시 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VM202-DPN’을 기술이전 하지 않고, 직접 임상3상을 진행하면서 주가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도 영향을 끼쳤다. 거창한 호재에도 2015년 2분기 매출은 2014년 2분기보다 3억원가량 줄어든 10억8000만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억8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기대감만 잔뜩 실렸다가 풍선 바람 빠지듯 빠졌다는 얘기다.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실적은 주가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2015년 11월 3만원대 주가가 6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코미팜(코스닥 시총 12위),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6만원대 주가가 12만원대까지 올랐다가 떨어진 제넥신(코스닥 시총 33위)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호재에 주가가 올랐다가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에 빠진 거다.

제넥신 관계자는 “당시 주가가 오른 것은 자궁경부암백신인 ‘GX-188E’의 임상1상 결과 치료율이 78% 이상 나오고, 한미약품에 의해 제약ㆍ바이오주가 동반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라면서 “주가가 빠진 것도 한미약품 이슈에 따라 동반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때문에 주가가 빠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임상2상이나 전임상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하는 기업의 경우 전통 제약사와 달리 매출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로메드 관계자와 같은 답변이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런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실적이 신통찮은 기업에 꾸준히 베팅할 투자자는 없다. 더구나 제넥신 관계자와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각각 “임상 결과(자궁경부암백신인 ‘GX-188E’의 임상1상 결과 치료율)가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의 임상3상 시험 승인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역으로 돌려보면 “매출이 주가에 큰 영향을 못 미친다”는 이들의 말은 자기부정이다.

코스닥 시장만 그럴까.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의 제약사들도 사정은 똑같다. 대표적인 곳이 한미약품이다. 2015년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을 시작으로 사노피, 얀센 등과 연이은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한미약품의 주가는 40만~5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순식간에 뛰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체결했던 계약들은 계약 당사자들에 의해 언제든 뒤바뀔 수 있었다. 실제로 일부 계약은 1년 만에 파기됐고, 일부 계약은 시험이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시험이 재개된 경우에도 ‘무엇 때문에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됐는지’ 불투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수출 계약이 ‘영양가는 없는 계약’이라는 게 밝혀졌고, 주가는 약 1년 만에 다시 내려왔다.

돈을 벌지도 못했다. 장부상에만 존재하던 기술수출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은 한꺼번에 싹 빠졌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호재가 발표되지 않았던 2014년보다도 못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투기꾼 키우는 제약ㆍ바이오주

물론 모든 제약ㆍ바이오 기업이 이런 양상을 보이는 건 아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실적이 다른 제약ㆍ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널뛰기를 한 적이 없었다.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탄탄한 실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민규 오즈스톡 대표는 “코스닥은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시장이지만, 그렇다고 실적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면서 “실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투자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 힘들고, 주가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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