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디스카운트, 소비자를 지배하다”
“LG 디스카운트, 소비자를 지배하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267
  • 승인 2017.12.1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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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원이 말하는 LG 스마트폰의 부진 이유

“저희도 LG전자 스마트폰 많이 밀고 있어요.” 서울 마포구 일대 이동통신 판매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LG전자 측이 ‘판매장려금’을 높게 설정했음을 읽을 수 있는 말이다. 어찌 됐든 이 말이 사실이라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겪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LG전자 스마트폰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G전자 스마트폰이 침체에 빠진 원인을 현장에서 분석했다.

▲ 이동통신 판매점들은 LG전자 스마트폰을 두고 ‘좋지만 세밀한 부분이 아쉽다’고 평가했다.[사진=뉴시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사령탑이 바뀐다. LG전자는 11월 30일 2018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황정환 MC사업본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황 부사장은 2007년 안승권 전 본부장 이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운전대를 잡는 네 번째 인물이다. 기존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던 조준호 사장은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2000년대 초반 ‘초콜릿폰’ ‘샤인폰’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의 전성기를 이끌던 그 역시 CEO 명함을 내놓아야 했다. 벼랑 끝에서 매번 필살의 신무기를 선보이는 데도 적자만 냈으니 당연한 결과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외신의 호평에도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는 번번이 달성하지 못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실패 사유를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엉뚱한 혁신” “프리미엄 이미지 부재” “부실한 마케팅” 등 다양하면서도 한편으론 추상적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현장에 LG스마트폰의 실패 이유를 찾을 수 있진 않을까. 12월 7일 더스쿠프(The SCOOP)가 여러 이동통신 판매점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장소는 서울 마포구 일대.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가까운 판매점도 그랬다. ‘갤럭시노트8을 공짜로 살 수 있는 법’이란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은 오후 1시. 문을 열자 판매원은 “어떻게 오셨어요?”라며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의 앞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자장면이 놓여있었다. “휴대전화 좀 바꾸려구요.” 기자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은 지난해 6월 출시한 팬택의 ‘아임백’. 제조사가 망했으니 교체 사유는 충분했다.

“최신 제품을 사려고 하는데, 어떤 게 있나요.” 눈앞에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그리고 LG전자의 ‘G6’와 ‘V30’이 배치됐다. 단말기를 늘어놓자 판매원은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단말기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통신사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죠.” 무슨 얘기인지 묻자 판매원은 “번호이동을 해야 할인을 많이 적용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스마트폰 만드는 기술은 최고예요. 삼성전자나 LG전자나 품질은 비슷해요.”

 

판매원이 대신 강조한 건 ‘번호이동’이다. 단말기를 고르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 엉뚱하게 통신사 교체를 권하는 건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모순이 만든 촌극이다. 모순은 판매장려금 시스템. 국내 이동통신3사는 판매점에 판매장려금을 뿌린다. 일종의 리베이트다.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보다는 다른 통신사의 고객을 끌어오는 ‘번호이동’에 더 달콤한 보상을 준다. 이 돈은 그대로 판매점의 이익이 되기도 하고, 이 돈으로 단말기 가격을 줄이기도 한다. 일부는 ‘불법 페이백(공식 보조금 외에 추가로 현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쓴다.

“삼성이나 LG나”

판매원이 “G6는 어때요?”라고 물었다. 뜻밖이었다. 제조사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 일선 판매 현장이 LG전자의 제품을 밀고 있었다. “오늘은 G6를 많이 깎을 수 있어요. 갤럭시S8은 많이 깎아드리기가 어려워요.” 판매원은 이를 더한 금액으로 판매원 전용 디스플레이를 두드렸다. 공시 지원금 10여만원을 빼고도 34만원을 추가로 깎아주겠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출고가 95만원의 최신 스마트폰이 순식간에 50만원 대로 떨어졌다.

그럼 판매원은 LG전자의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에이, 어차피 플래그십은 성능에 큰 차이가 없어요. 기왕이면 할인 많이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이용하세요.” 판매원은 다시 번호이동 서류에 손가락을 툭툭 쳤다.

이번엔 기자라는 걸 밝히고 물었다. “LG 스마트폰은 왜 안 팔리나요?” 판매원은 잠시 고민하다 나름의 이유를 들어 분석했다. “인기가 없는 건 아니에요. 현장에서 느끼는 건 달라요. 지난해 제품들은 확실히 판매량이 변변치 않았지만 올해 나온 G6와 V30는 꽤 팔렸어요. 물론 애플, 삼성전자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만요.”

판매원이 설명한 결정적인 차이는 뭘까. “판매점 입장에서는 ‘어떤 단말기를 파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조사가 직접 판매점에 돈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대신 ‘어떤 통신사를 이용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때 유인할 무기가 바로 단말기예요. 문제는 이 지점에서 LG전자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거죠. 오늘도 G6에 판매장려금이 많이 붙었는데, G6를 추천해도 갤럭시노트8 가격을 물어요. LG전자는 ‘꼴등’ 같아요.”

이번엔 홍대입구 인근의 판매점을 찾았다. “LG전자 제품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자 G6를 들고 나타났다. 직전에 봤던 판매원이 늘어놨던 것과 같은 설명이 이어졌다. G6에 붙은 판매장려금이 제법 붙은 모양이었다. 요금제를 선택하던 중 G6가 어떤 제품인지를 물었다. 판매원은 스펙을 읊는 대신 “갤럭시S8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판매원의 기준은 LG 스마트폰이 아니라 갤럭시S 시리즈였다.

꼴등같은 LG전자

이번엔 와우산로 인근 판매점에 들렀다. 처음부터 취재 목적을 밝히고 질문을 던졌다. 판매원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밀하게 따지면 갤럭시와 아이폰이 낫지만 이렇게 점유율이 벌어질 정도의 차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는 한가지 의문은 있다고 했다. LG전자 플래그십 단말기가 대체로 다른 제조사보다 저렴한데도, 고객들은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요?”라고 물어보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른 판매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판매점 입장에서는 단말기의 품질이 중요하지 않아요. 많이 남길 수 있는 걸 파는데, 요즘 LG전자 제품이 우리로선 좋죠.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찾더라구요.” 소비 현장은 LG 스마트폰의 ‘디스카운트’를 꼬집고 있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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