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탄산수 논란

탄산수 시장은 2015년까지 매년 100%씩 커졌다. 건강한 물이라는 별칭을 얻은 게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탄산수의 톡쏘는 맛도 소비자를 유혹하기 충분했다. 그랬던 탄산수가 차갑게 식었다. 성장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진지 오래다. ‘건강한 물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잇따른 결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탄산수의 원수原水가 뭐냐는 논란까지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거품 빠진 탄산수 논란을 취재했다.
▲ 웰빙을 추구하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탄산수가 인기를 끌었다.[사진=뉴시스]
‘탄산수 신화’의 거품이 빠지는 걸까. 2013년 이후 100% 이상(전년 대비) 성장하던 탄산수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지난해 탄산수 소매시장 규모는 846억원으로 전년(782억원) 대비 8% 성장하는데 그쳤다. 올해도 한자릿수 성장률이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2016년 1200억원)를 한참 밑도는 결과다. 
 
신제품ㆍ리뉴얼 제품 출시도 뚝 끊겼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년 전만해도 매년 탄산수 제품이 10여개씩 쏟아졌지만 올해는 주춤했다”면서 “탄산수 시장의 수요가 더 이상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진출 플랜을 접은 업체도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제주도개발공사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프리미엄 탄산수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전면 백지화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다각적으로 고려했을 때 탄산수 시장이 더 이상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때 너도나도 마시던 탄산수의 인기는 왜 갑자기 꺼진 걸까. 시계추를 돌려 탄산수붐이 일었던 2014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탄산수의 대표 주자는 네슬레가 수입하는 프랑스산 ‘페리에’였다. “페리에는 천연 탄산수로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좋고, 톡쏘는 목넘김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ㆍ30대 여성의 ‘뷰티템’으로 자리잡았다. 평균 가격이 100mL당 654원으로 비쌌지만 ‘프리미엄’ 효과가 꺾이지 않았다. 
 
탄산수 열풍에 기름을 부은 건 국내 업체들이다.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 코카콜라음료의 씨그램은 후발주자임에도 대형업체의 장점을 바탕으로 유통망을 넓혀나갔다. 대대적인 TV 간접광고(PPL)와 프로모션도 상승세를 부추겼고, 페리에가 쥐고 있던 시장을 흔들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탄산수 시장점유율(2016년ㆍ매출액 기준) 1위는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49.2%)다. 이어 코카콜라의 씨그램(22.7%), 일화 초정탄산수(10.2%) 등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탄산수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페리에의 점유율은 4.6%로 쪼그라들었다. 
 
탄산수 업계 관계자는 “웰빙이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탄산수의 인기가 높아졌다”면서 “미네랄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거의 없어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들이 선호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산수의 인기를 끌었던 건강이나 다이어트와 무관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열풍이 수그러들었다. 식약처는 지난해 탄산수에 신진대사, 소화촉진, 체내 노폐물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286개 사이트를 허위ㆍ과장 광고로 적발했다. 그러자 등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설문조사(2016년) 결과에 따르면 탄산수 효능을 경험했다는 소비자는 31.7%에 불과했다. 탄산수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18.7%나 됐다. 이들은 위장장애(33.9%), 치아문제(30.3%), 역류성식도염(26.7%)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 국내 제조 탄산수 대부분이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한 인공탄산수다.[사진=천막사진관]

국내 탄산수에도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속설 역시 의심을 받고 있다. 세계 탄산수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천연탄산수다. 페리에의 경우, 원수原水를 화산암반에서 채취해 탄산함유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미네랄 성분이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조ㆍ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인공탄산수다. 인공탄산수는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인위적으로 주입해서 만든다. 정제수는 화학처리, 오존처리 과정 등을 거쳐 미네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탄산수 업계 관계자는 “미네랄이 함유된 물을 이용하면 탄산감(음용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제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정제수의 원수가 수돗물인지 지하수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탄산수 병에는 ‘정제수’라고만 표기돼 있어서다. 유럽이 탄산수의 수질 기준을 생수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적용하고, 물의 원천ㆍ수원지ㆍ성분 등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유럽에서는 탄산수가 생수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음료업계의 하나의 트렌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미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고, 탄산수가 생수의 대체제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탄산수 거품이 꺼지면서 한계가 드러났다. 그 뒤편에 탄산수에 열광했던 소비자만 남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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