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커머스 시대, 유통업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 똑똑하기만 한 인공지능은 멍청한 ‘인터넷사물’로 전락할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학생 60명에게 50년 후 하루의 삶을 상상해보게 했다. 그랬더니 그중 2명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로봇 남편이 커피 냄새로 나를 깨웠다.” 그들이 사람 대신 로봇에게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4차산업혁명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이 질문의 답부터 찾아야 한다.

여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E커머스(Electronic commerce)와 M커머스(Mobile commerce)도 서서히 옛것이 돼가고 있다. 2018년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는 E와 M을 넘어 A커머스(Automated Commerce)가 될 것으로 보인다. A커머스는 정보를 검색하고 가격을 협상하고 제품을 구매하고 주문과 배달, 결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활용하는 자동화 쇼핑이다.

생소하다 싶은 A커머스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 생활 일부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계산대 없는 점포 ‘아마존고(Amazon GO)’다. 스마트폰 인증을 거쳐 직원이 없는 오프라인 점포에 입장해 제품을 선택하고 반품하고 결제할 수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사이트인 타오바오의 ‘타오카페’, 인도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인 하이퍼시티의 무인점포도 같은 예다.

A커머스는 금융영역에서도 활발하다. 미국의 ‘디지트(Digit)’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은 많은 소비자들이 어렵고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재무관리를 대신해준다. 은행계좌와 연결해놓으면 소비자들도 잊고 있던 소소한 여유자금을 목적에 맞게 알아서 디지털뱅크에 저축해주고 관리해준다.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간단하게 은행계좌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홍콩의 니트카드(Neat Card)는 앱에 저장된 선불카드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절차도 매우 간단하다. 50개 이상의 외화와 호환이 돼 환전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바로바로 사용처를 알 수 있어 과소비 위험도 피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상거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이 기대만큼 장밋빛으로 꽃 핀다면 주변의 모든 사물이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유통채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사방에 포진한 유통채널에 자리 잡게 될 인공지능은 소비자의 어떤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냉장고에 부착된 인공지능이나 자동차에 내장된 인공지능이 무엇을 대신해주길 바라게 될까. 이를 알아내려면 쇼핑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인공지능에 아웃소싱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소비자들이 상거래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번거로움, 지루함, 두려움을 알아내는 것이 시작이란 얘기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는 소비자를 생각해보자. 구매완료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그 소비자는 쇼핑사이트를 찾아서 로그인을 하고, 여러 제품을 찾아 비교한 다음, 결제를 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입력하고 인증 받아야 한다.

번거로워하는 소비자를 위해 단계를 줄인 앱을 만들었지만 모바일 쇼핑을 할 때 웹이 아닌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젊은층에서도 아직 50%에 불과하다. 그들은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이 두려운 걸까. 그걸 알아내는 것이 먼저다.

소비자의 삶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만든 똑똑한 인공지능은 멍청한 ‘인터넷사물’로 전락할지 모른다. 소비자들이 쇼핑할 때 원하는 것은 ‘왓슨’도 ‘알렉스’도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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