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 ‘출점 제로’ 시대 선언한 이유
백화점 빅3, ‘출점 제로’ 시대 선언한 이유
  • 김미란 기자
  • 호수 267
  • 승인 2017.12.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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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안에 백화점 신규 출점 없다”

“백화점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백화점’이라는 업태는 존재할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백화점이 수년째 정체 또는 침체 상태다. 앞으로도 문제다. 국내 백화점 빅3(롯데ㆍ신세계ㆍ현대)는 향후 2~3년간 출점 계획이 없다.

▲ 국내 백화점 빅3는 2020년까지 출점 계획이 없다. 그 이후에도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백화점이 아니다. 전통적인 백화점을 표방하면서 승부하기엔 환경이 여의치 않다. 이제 우리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야구장, 놀이공원과도 경쟁해야 한다.”

국내 백화점 업계가 깊은 잠에 빠졌다. 소비 인구가 줄기 시작한 데다 백화점 주요 고객층인 40대 가구소득이 부쩍 감소했기 때문이다. 돈 쓸 사람과 쓸 돈이 줄어드니 당연히 백화점 소매판매액도 쪼그라들고 있다.

다른 유통업태들의 성장도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유통업태별 소매판매액은 편의점(13.3%), 대형마트(6,8%), 슈퍼마켓(3.3%)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하지만 백화점은 큰 폭(-8.9%)으로 꺾였다. “이러다 백화점들 문 닫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침체에 빠져 있는 백화점의 현실은 소매판매액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7조1168억원이었던 백화점 소매판매액은 2분기에 6조9719억원으로 줄었다. 3분기엔 6조7206억원으로 더 줄어들었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미래도 밝지 않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고 본다”고 토로하고, 전문가들은 “현상 유지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백화점 업계의 전략은 소극적이고 제한적이다. 전국에 33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은 출점 계획이 없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웃렛 출점 플랜은 마련했지만 백화점 형태로의 출점은 2~3년 내에 없다”고 말했다.

▲ 카트나 장바구니 없이 단말기로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의 스마트쇼퍼 서비스.[사진=뉴시스]

대신 롯데는 옴니채널에 더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쇼핑 서비스로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락인(Lock in)’ 전략이다.

쇼핑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 분당점 식품점에 도입한 ‘스마트쇼퍼’다. 미국의 아마존고(Amazon Go)처럼 고객은 카트나 장바구니 없이 단말기로 원하는 상품의 바코드만 찍으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측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스마트쇼퍼 서비스 이용 고객이 50명이다.

현대백화점의 전략은 ‘잘 하는 걸 더 잘 하자’다. 그룹 계열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선호도가 높은 식품(현대그린푸드)과 리빙(현대리바트)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대도시는 이미 포화상태

최근엔 천호점 식품관을 리뉴얼했다. 기존에 2개층으로 나뉘었던 식품관을 지하 2층으로 통합하고, 면적도 40% 늘렸다.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리빙사업을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현대리바트의 수혜도 기대하고 있다. 출점 계획도 있긴 하다. 2020년에 여의도 파크원에 현대백화점 문을 연다. 하지만 여의도 상권이 이미 침체된 상황이라 문을 열어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거란 우려가 많다.

‘지역 1번지’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신세계백화점은 12월 중 기공식을 갖는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조성하는 ‘사이언스콤플렉스’ 사업권을 따낸 결과다. 첫삽을 뜨긴 하지만 영업을 언제 시작할지는 미지수다. 그것 말고는 출점 계획이 없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도시는 이미 백화점들이 다 들어섰다”면서 “그렇다고 남은 소도시에 들어가기엔 백화점 규모에 비해 상권이 협소하다”며 “백화점 형태로의 출점 계획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만의 특화상품을 만드는 중이다. 일명 프리미엄 PB다. “백화점에서도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집토끼(기존 고객)와 잠재고객 모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MD에서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선보인 게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와 캐시미어 전문브랜드 ‘델라 라나’다. ‘신세계’라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브랜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거다. 20~30대 고객을 잡기 위한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CHICOR)’를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의 말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고객들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이라고 하면 비싸서 꺼린다. 그런 고객들을 위해 직접 이것저것 발라보고 체험할 수 있는 편집숍을 열었다. 해외 명품브랜드는 물론 국내 브랜드까지 240여개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소형 타깃점포로 틈새 노려라

국내 백화점 업계는 막대한 초기비용을 들여 신규점을 출점하기보다 기존점을 강화하고, 새로운 전략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업태 자체가 침체돼 이마저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는 법. 백화점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기존 점포들을 리뉴얼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도 좋지만 전략적으로 소형점포를 출점하는 것도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특정 타깃을 정해 전략적 소형점포로 틈새를 공략할 수도 있다는 거다. 과거 침체기에 빠졌던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이 기존의 점포를 강화하면서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는 지역에 소형점포를 출점했던 것처럼 말이다. 무조건 크고 화려한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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