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규제 몸살

스타트업 시장은 치열한 전쟁터다. 남들이 갖지 못한 기술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공유경제, 가상화폐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접목한 스타트업들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문제는 ‘불법’ 딱지를 받는 스타트업도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네거티브 규제를 강화하겠다.” 지난 4월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포럼’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약속하면서 입에 담은 말이다. 그만큼 정부 규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에어비앤비, 우버같은 세계적 스타트업도 한국에선 모두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장이 아니다. 아산나눔재단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 100개사 사업 모델 중 40.9%가 한국에선 불법으로 분류됐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 이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3D 프린터 쇼핑몰 스타트업인 ‘삼디몰’은 형사고발건으로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법정씨름을 했다. 사무기기를 판매하려면 안전확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를 하지 않고 프린터를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조기기나 다름없는 3D 프린터가 사무기기인 ‘프린터’로 분류돼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사건 이후 3D 프린터는 ‘디지털적층형성기계’로 별도 분류됐다.

최근엔 축산물 직거래를 중개하는 ‘미트박스’가 논란이 됐다. 2014년 9월 사업자 등록 당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육류 보관용 냉장고를 갖추라는 지적을 받았던 게 이슈가 됐다. 미트박스는 농가·수입육 상인과 일반 정육점을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주는 플랫폼 업체다. 보존 시설을 둘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미트박스는 축산물 유통업체로 분류됐고, 문제가 터졌다. 미트박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 냉장고를 구매해야했다.

논란은 뒤늦게 수그러들었다.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보존시설을 갖출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트박스만 손해를 본 셈이다. 현실성을 갖춘 규제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준 사례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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