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경제학

글로벌 게임아이템 업체 ‘옵스킨’은 요즘 ‘왁스’라는 아이템 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게임아이템 거래의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삼았다. 최근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곳을 인수한 넥슨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대체 블록체인이 뭐기에 난리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블록체인 경제학’을 파고들었다.

▲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소 없이도 게임아이템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리아트]


9월 26일. 게임업계가 술렁였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국내 3대 가상화폐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의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인수금액은 912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코빗의 실적은 명성을 뒷받침하진 못했다. 2016년 매출은 7억원에 머물렀고,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당연히 넥슨이 코빗을 인수한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가 잇따랐다.

넥슨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주회사 NXC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을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 말이 아니다. 흥미로운 건 넥슨 관계자의 부연설명이었다. “코빗의 인수는 주력사업인 게임 산업과는 관계가 없는 결정이다.” 가능성만을 보고 인수한 코빗이 자신들의 전공인 ‘게임산업’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었다.

▲ 넥슨 지주회사 NXC는 9월 26일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경영권을 인수했다.[사진=뉴시스]

넥슨 관계자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초점을 가상화폐로 돌려보자. 요즘 한국경제의 최대 이슈는 가상화폐다. 투자 열풍이 일어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도 성장열차에 올라탔다. IT 업계 관계자들이 ‘넥슨의 코빗 인수’를 심상찮은 눈으로 바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익명을 원한 IT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넥슨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넥슨은 우리나라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간판회사다. 다른 시너지를 내려 할 게 분명하다. 그 중심에 가상화폐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이 있다.”

자! 지금부터 ‘블록체인’이라는 복잡한 화두를 다뤄보자. 사실 가상화폐는 껍데기다. 진짜 중요한 건 가상화폐 안에 담긴 핵심 기술 ‘블록체인’이다. 흔히 ‘분산 거래장부’를 의미하는 블록체인은 은행이 없이도 거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툴’이다. 쉽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가상화폐가 거래소를 통해 오가면 기록이 쌓여 ‘블록’이 된다. 이 ‘블록’은 일종의 거래기록인데, 은행처럼 중앙 서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네트워크에 형성돼 모든 사용자에게 전송된다. 개개인의 거래기록을 사용자들이 볼 수 있어 거래관계가 투명해고, 거래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가상화폐에서 블록체인이 중요한 이유다.”

가상화폐 블록체인으로 게임업계의 큰 병폐로 꼽히는 ‘아이템 거래 사기’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게임업계엔 혁신에 가까운 일이다.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템 하나가 최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거액의 거래 사기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많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사기 건수는 4555건으로 전년(2731건)대비 60% 증가했다. 이런 게임머니의 불안전성을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수용 서강대(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은 신용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슈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사용자간의 게임머니·아이템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보안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특정 사용자의 거래기록이 해킹되더라도 다른 사용자의 거래내역과 대조해 빠르게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블록체인을 만드는 데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게임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가상화폐 개발업체 관계자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는 프로그래머라면 어렵지 않게 접목할 수 있다”면서 “이미 블록체인을 활용해 수백개의 가상화폐가 시장에 쏟아진 게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게임 업계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에 손을 뻗었다. 글로벌 게임 아이템 거래소 옵스킨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게임아이템 거래 중개소 ‘왁스’를 개발 중이다.

넥슨이 코빗 인수를 통해 게임머니의 안정성을 도모할지는 알 수 없다. 자신들의 주장처럼 코빗 인수와 게임 머니가 무관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넥슨의 코빗 인수를 단편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넥슨이 인수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이면에 ‘혁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게임에 쏟아지는 비판 중 하나가 ‘불합리한 과금 시스템’인데 이는 게임 흥행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하면 시너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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