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끝난 세계경제

‘유동성 파티’가 끝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봄바람이 불면서 세계 각국이 ‘출구’를 활짝 열고 있다. 10년간 시장에 풀었던 돈을 끌어들이겠다는 거다. 문제는 2019년 또다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출구전략, 섣부른 플랜은 아닐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유동성이 종언終焉을 고하는 세계경제를 취재했다.

▲ 2019년을 시작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2000년 중반 글로벌 경제는 침체의 터널에 갇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유로존 재정위기(2011년) 등 국제금융시장을 흔들 만한 ‘뇌관’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치명타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미국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고, 세계경제도 혼란에 빠졌다.

2007년 5.6%를 기록했던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9년 -0.1%로 곤두박질쳤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침체해결책으로 꺼내든 카드는 ‘유동성’이었다. 시장에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가장 먼저 미국이 움직였다. 2007년 8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2월 0~0.25%로 낮추면서 제로금리 시대의 문을 열었다.

‘큰 칼’을 휘둘렀음에도 시장이 살아나지 않자 중앙은행이 직접 금융시장의 자산을 매입하는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세차례(2008ㆍ2010ㆍ2012년)나 시행했다. 그렇게 시장에는 4조 달러(약 4378조원)가 풀렸고, 이 돈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됐다.

유동성의 힘은 강했다. 2009년 GDP 성장률 -2.8%를 기록했던 미국의 경제는 올해 3분기 3%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찍었다. 2009년 10월 9.6%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완전고용상태를 의미하는 4% 수준으로로 낮아졌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09년 초 750포인트대를 맴돌았던 S&P500지수는 2600포인트대로 상승해, 3.5배가량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시킨 유동성의 힘


미국에 봄바람이 불자, 세계 경기도 꿈틀댔다.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신흥국의 수출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수출국에 원자재를 제공하는 국가에도 봄바람이 몰려들어왔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7년 만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가 함께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이 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았다는 얘기다.

 

이런 회복세는 경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꿔놨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저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 세계교역 증가, 글로벌 투자 회복 등이 뒷받침되면서 올해보다 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전세계 GDP 성장률을 올해 3.6%보다 높은 3.7%로 예상했다.

그러자 시장에 푼 돈을 다시 끌어들이는 ‘출구전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기준금리 인상 이후 4번째 인상으로 금리는 1.25~1.50%대로 인상될 전망이다. 연준은 매년 3~4차례의 금리 인상에 나설 거라는 계획도 발표됐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출구전력의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던 2013년과 올 6월처럼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전문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로빈 뷰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준이 꾸준히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확장 사이클이 끝나는 2019년 미국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도 비슷하다. OECD는 2019년 전세계 GDP 성장률을 2018년(3.7%)보다 0.1%포인트 떨어진 3.6%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가 내년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둔화한다는 건데. OECD는 그 원인으로 더딘 임금상승, 높은 민간부문의 부채 수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 등을 꼽았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출구전략이 유동성 경색을 유발해 또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코 콜라노빅 퀀트ㆍ파생상품 리서치부문장은 10월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구전략에 따른 유동성 유출이 자산 감소와 유동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는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정상화 속도, 경기 순환 등의 영향을 받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도 “지금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고 이는 2006년부터 예측됐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헤지펀드 업체인 ‘마라톤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루스 리처드 마라톤 에셋 매니지먼트 대표는 10월 4일 네덜란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해 “다음 경기침체는 2019년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는 약하겠지만 투자등급 하위 15% 기업의 채권은 정크 등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화정책 다음에도 먹힐까

더 큰 문제는 ‘2019년 경기침체 전망’이 맞아떨어졌을 때다. 유동성 경색이 발생해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어도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써먹은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또다시 먹힐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진일 고려대(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침체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똑같지 않다”면서 “경기를 살린 정책들이 다시 통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경제학부)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다음번 침체가 단기적이라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경제를 괴롭힌 장기침체에 다시 빠진다면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장기침체는 혁신과 기술발전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유동성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출구전략은 세계가 아직 걸어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다. 2019년 또다른 침체가 몰려올 수도 있다. 세계경제를 둘러싼 변수는 여전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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