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뺏긴 어린이 때문에…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 핵심 자산들을 인수했다. 흥미로운 건 인수 자산에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훌루(Hulu)의 지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세력을 넓히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소비자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디즈니와 넷플리스의 묘한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 핵심 자산들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의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됐다.[사진=뉴시스]

월트디즈니사가 21세기폭스의 핵심 자산을 인수ㆍ합병(M&A)했다.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의 영화ㆍTV 스튜디오, FX 네트웍스ㆍ내셔널지오그래픽을 비롯한 케이블방송채널,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지분율 39%), 스타 인디아의 TV 채널 등을 모두 인수하게 된다. 인수가격은 524억 달러(약 57조원)로 알려졌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월트디즈니는 글로벌 영화 제작ㆍ배급의 30%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상파ㆍ케이블ㆍ스포츠를 아우르는 미디어 콘텐트 업계 최대 공룡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1996년 ABC 방송 인수(약 190억 달러), 2006년 픽사 인수(약 74억 달러),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 인수(약 40억 달러), 2012년 루카스필름 인수(약 40억 달러)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가 눈길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훌루(Hulu)의 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훌루는 2007년 ABC, CBS, NBC 등의 콘텐트를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하기 위해 월트디즈니(30%), 21세기폭스(30%), 컴캐스트(30%), 타임워너(10%)가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 자산을 인수하면 월트디즈니의 지분율이 60%로 늘어난다.

월트디즈니가 이 지분을 탐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해서다.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ㆍ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사업자) 업체다. 월트디즈니와 같은 미디어 콘텐트 업체가 제작한 다양한 콘텐트를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주고 공급받아 송출한다. 미디어 콘텐트업체는 프로그램의 댓가를,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콘텐트를 받는 방식으로, 일종의 ‘윈윈’이다.

하지만 이런 공생관계에 최근 금이 생겼다. 소비자가 케이블 유료방송보다 훨씬 저렴한 콘텐트만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시스템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월트디즈니의 주요 고객인 어린이들마저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열광했다. 지난 8월 “2019년부터 넷플릭스와의 콘텐트 공급 계약을 중단하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트디즈니의 21세기폭스 자산 인수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7년 3분기 월트디즈니 미디어네트워크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줄고, 영업이익이 22% 감소했다”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월트디즈니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의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려 한 것도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출발한 미디어업계의 변화가 소비자들에게 유익할지는 알 수 없다. 미디어가 M&A를 통해 공룡이 될수록 소비자는 다양한 콘텐트를 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가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두고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면서 제동을 건 것도 같은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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