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공기업 사원 재무설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연초에 재무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가계부 전략을 수립했지만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1년 동안 뭘 했나”하는 자괴감과 함께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는 시기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비정기 지출을 잡는 게 급선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매콤짭짤 솔로가계부 제2편으로 공기업 사원의 재무설계를 소개한다.

▲ 과도한 비정기 지출은 목적 자금을 모으는 데 독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꿈을 이루기 위한 목적 자금을 마련하려면 지출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급여일을 기준으로 예상 지출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돈의 흐름을 알려면 정확한 지출 내역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디 이게 말처럼 쉬운가. 자기 환경은 생각하지 않고 쓰고 보는 게 사회초년생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한 공기업 강릉 지사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 김준수(가명ㆍ29)씨는 25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1년에 100만원씩 두번 받는 명절 상여금을 포함하면 그보다 더 많지만 김씨는 “내 통장에는 왜 항상 돈이 없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을 늘 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자금, 주택마련 자금, 노후 자금 등 세가지 재무목표는 뚜렷한 데 그에 따른 계획과 행동이 전혀 없다.

노후에 여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는 부모의 모습은 김씨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 내년이면 58세가 되는 김씨 부모의 은퇴 후 삶은 노후 준비를 늦게 시작한 탓인지 빠듯하다. 그걸 보면서 김씨는 “노후에 한달 생활비로 250만원은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다.

김씨는 그동안 월급을 받으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험과 적금을 제외한곤 별다른 계획 없이 써왔다. 상여금을 받아도 상황이 똑같았던 건 받는 만큼 더 썼기 때문이다. 소비 만족도는 높았을지 몰라도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생활. 김씨는 지금부터라도 큰맘 먹고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세가지 꿈을 위해서라면….

Q1 지출구조

 

김씨의 월 소득은 250만원이다. 월세와 관리비는 본사에서 강릉으로 발령이 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덕에 따로 들지 않지만, 소비성 지출이 59%에 달한다.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 걸까. 김씨는 통신비와 교통비로 각각 13만원, 15만원을 쓴다. 집에서 밥을 거의 해먹지 않는 탓에 식비와 생활비도 총 60만원 든다. 취미생활에 들어가는 돈은 20만원. 여기에 자동차 세금ㆍ보험ㆍ수리비, 휴가비, 경조사비 등 1년에 비정기적으로 지출하는 돈이 480만원(월 평균 40만원)이다.

보험과 적금도 있다. 두개의 보장성 건강보험에 각각 8만원, 12만원씩 납입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도 10만원씩 넣고 있다. 지난 5월에 어머니 권유로 들기 시작한 3년 만기 정기적금엔 매달 108만원씩 납입한다. 소비성 지출에 비소비성 지출을 포함하면 286만원. 매달 36만원의 초과지출이 발생하는 가계부다.

Q2 문제점

 

정기 지출 중 식비와 자기계발비(취미생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렇게 과한 건 아니다. 하지만 소득에 비해 비정기 지출과 비소비성 지출이 너무 많다. 월 평균 40만원의 비정기 지출은 사회초년생 치곤 많은 셈이다.

휴가(100만원)를 가거나 명절(50만원)이 있는 달에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신용카드를 긁거나 상여금으로 겨우겨우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생활은 목적자금을 모으는데 독이다. 실제로 김씨는 비상시에 꺼내 쓸 수 여유자금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저축이 단기적금으로만 편중된 것도 문제다. 모아 놓은 게 없다는 불안한 마음에 그는 최근에야 적금을 들었다. 하지만 단기적금이고 납입하는 돈도 매달 108만원이 다. 단계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종자돈을 마련하려면 저축과 투자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Q3 개선점

 

통신비(13만원)는 소액결제 서비스를 차단해 9만원으로 줄였다. 식비와 생활비(60만원)도 50만원까지 줄였고, 자기계발비(20만원)도 15만원선으로 낮춰보기로 했다. 비정기 지출(40만원) 역시 월 평균 30만원으로 조정했다. 단, 교통비(15만원)는 대중교통 세액공제혜택을 받기 위해 20만원으로 늘렸다. 이렇게 24만원 절약해 148만원이던 소비성 지출을 124만원까지 낮췄다.

남은 126만원은 금융상품 재배치에 사용했다. 두개의 건강보험은 중복되는 보장을 삭제해 14만원으로 줄였고, 청약저축도 2만원으로 낮췄다. 108만원씩 넣던 단기적금은 70만원으로 조정했다. 나머지 40만원은 적립식 펀드(10만원)와 연금보험(30만원)에 넣어 노후자금을 준비하기로 했다.
권희철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eaifa3@daum.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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