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 실적 거품론

국내 게임업계가 들썩인다.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하는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우려도 많다. 신작보단 우려먹기 게임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고약한 풍토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게임업계의 지식재산권(IP) 우려먹기 실태를 취재했다.

▲ 인기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은 5개에 달한다.[사진=뉴시스]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국내 게임 업계의 양대산맥이다. 두 회사의 올 3분기 누적매출은 각각 1조8499억원, 1조8089억원을 기록했다. 게임 업계에 최초로 ‘2조 클럽’에 가입하는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3위인 엔씨소프트도 실적이 껑충 뛰었다. 3분기 누적매출이 1조2253억원으로 전년 동기(6989억원) 대비 75% 증가했다. 주가도 상승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을 출시한 6월 21일 36만5000원(이하 종가 기준)이었던 주가는 12월 14일 48만6000원(12월 14일)까지 올랐다.

게임3사의 호실적을 견인하는 게임들은 공통점이 있다.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따와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큰 인기를 모았던 게임 IP가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이유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니지M은 1998년 자신들이 출시한 ‘리니지’를 모바일로 이식한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19년 전 그래픽뿐만 아니라 다소 불편한 조작방식도 그대로 이식했다. 그럼에도 출시 당일 1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과거에 리니지를 즐겼던 소비자들이 리니지M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게임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탄탄한 IP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리스크가 ‘탄탄한 IP’에 있다는 역설적인 주장도 나온다. 유명 IP에 기대 새로운 IP개발에 소홀하다는 게 이유다. 그럴만도 하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를 활용한 게임은 리니지M·리니지2·리니지 레드나이츠 등 3개다. 차기작인 ‘리니지2M’ ‘프로젝트 TL’까지 합하면 5개로 늘어난다. 또다른 차기작 2개(아이온 템페스트·블레이드앤소울2)와 넷마블게임즈가 11일 공개한 신작(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세븐나이츠2·이카루스M) 역시 기존 IP를 활용했다. 최근 론칭된 게임 중 새 IP로 만든 것은 넥슨의 듀랑고·오버히트 2개 뿐이다. 쉽게 말해, IP를 우려먹어 실적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IP를 외면하는 풍토는 중국 업체들이 반격할 틈을 제공한다”면서 “중국 업체들은 신규 IP로 만든 게임을 속속 출시하면서 국내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게임의 국내 진출은 매섭다. 15일 모바일 유료게임 순위(구글 플레이 기준) 상위권에는 ‘붕괴3rd(5위)’ ‘소녀전선(11위)’ 등 중국 게임들이 자리를 잡았다. ‘짝퉁 게임’을 양산하던 중국 게임업체들이 어느새 독창적인 IP를 생산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게임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게임 개발이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걸리는데 비해 요즘 게임 수명은 3개월 정도다. 게임사 입장에선 공 들여 IP를 개발하는 것보다 흥행작 IP를 ‘재탕’하고 싶은 유혹이 클 거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어쩌면 ‘재탕 삼탕’이라는 중병重病에 걸려 있을지 모른다. 국내 게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이유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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